[생생확대경] 자기반성 없는 제주도의 울분

  • 등록 2023-04-04 오전 5:00:00

    수정 2023-04-04 오전 8:26:02

[이데일리 김명상 기자] “중앙언론에서 제주관광을 비하하는 보도가 나오는데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지난달 제주도청에서 열린 한 보고대회에서 오영훈 제주지사는 중앙언론의 제주관광에 대한 부정적인 언론보도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심각한 사안은 언론중재위원회 제소도 검토하라”고 주문했을 정도였다.

제주관광을 책임지는 도지사 입장에서는 충분히 울분을 토할 만한 일이다. 다만 냉철한 자기반성은 없이 남 탓만 하는 점은 아쉽다. 얼마 전 기자가 만난 한 제주도 여행업계 관계자는 오 지사의 반응과는 사뭇 달랐다. 이 관계자는 “제주여행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은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내부에선 목소리 큰 소수 의견 내지 이슈 메이킹에 목마른 일부 언론의 악의적 보도로 여기며 남 탓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의 본질은 고사하고 심각성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온라인상에선 제주여행에 대한 평가가 불만을 넘어 뿌리 깊은 불신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해외보다 더 많은 여행경비가 들어가는 곳’, ‘섬을 망쳐 놓는다며 관광객을 비난하는 이상한 여행지’ 등 제주여행에 대한 강한 불신을 고스란히 담은 비난도 흔하다. 해외여행 재개로 인한 충분히 예상했던 수요 감소 정도로 이해하고 넘어가기엔 경쟁력과 품질 저하가 우려를 넘어 심각한 수준을 향해가고 있다.

그래서일까. 지난 연말부터 제주를 찾는 내국인 관광객도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올 1월 내국인 방문객은 101만명으로 1년 전에 비해 12.9% 줄었다. 지난해 11월 이후 석 달 연속 떨어진 것이다. 지난 2월 1.5% 반짝 증가했지만 그동안의 감소세를 만회하기엔 부족한 규모다.

관광객 감소의 가장 큰 요인은 갈수록 낮아지는 만족도다. 제주관광공사가 파악한 제주 방문 내국인 관광객의 여행 만족도는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4년 연속 감소세다. 2018년 4.10점(5점 만점), 2019년 4.09점으로 4점대를 유지하던 만족도는 코로나19 사태로 여행 수요가 늘어난 2020년 3.96점, 2021년 3.88점으로 더 떨어졌다. 지난 3년간 뜨거웠던 제주여행 열풍도 수그러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늘어나는 여행경비도 제주관광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해 여름 제주 관광객 1인당 평균 지출 비용(항공료를 제외)은 52만3422원으로 1년 전 47만5586원보다 약 5만원가량 늘었다. 4인 가족이라면 이전보다 20만원 이상 비용이 늘어난 셈이다. 지난 3년간 ‘제주여행이 너무 비싸졌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제주도를 방문한 관광객의 절반 이상(57.4%)이 가장 큰 불만으로 ‘비싼’ 물가를 꼽는 지경이 됐다.

만족도는 떨어지고 여행비용은 갈수록 높아지면서 제주관광의 경쟁력도 낮아지고 것이다. 악순환의 연속인 셈이다. 오 지사 또한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서둘러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을 정도였다. 그는 “관광객의 수요에 따라 맞춤형 관광, 합리적 관광이 되도록 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제주는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최고의 관광지다. 하지만 한번 무너져버린 신뢰와 매력은 쉽게 끌어올리기 힘들다. 지난 3년간 애써 쌓은 제주도 관광 붐이 신기루처럼 사라지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환경을 갖추고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부터 보여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러기 위해서는 냉철한 자기반성과 성찰이 우선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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