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치아 지킴은 내 몸과 인생을 지키는 일"

  • 등록 2014-10-30 오전 5:31:29

    수정 2014-10-30 오전 5:31:29

[고광욱 유디치과 대표원장]치아를 지키는 일은 내 몸을 지키는 일과 같다. 그러나 충치가 생기면 떼우면 그만이고, 잇몸병이 생기면 이를 뽑고 임플란트를 하면 된다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 안타깝다. 치아 건강과 전신의 건강이 서로 연관되어있다는 인식이 부족한 탓이다.

치아의 건강은 뇌 건강과도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치매(알츠하이머 병)를 앓고 있는 노인들은 그렇지 않은 노인들보다 보유한 정상 치아의 개수가 적었다. 치아 하나하나 마다 여러 개의 신경이 분포되어있고, 이 신경들은 뇌와 직접 연결되어 치아로부터 전달된 수많은 자극들을 뇌로 전달한다. 그런데 치아를 많이 상실한 경우 전달되는 자극의 양이 적어 뇌의 기능을 정상보다 감소시키게 되고, 뇌기능의 감소는 치매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음식을 씹는 행위는 치아에만 자극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턱관절과 턱 주변의 수많은 신경과 근육에도 자극을 전달한다. 또 음식을 씹는 동안 혀는 끊임없이 움직이며 음식물이 효율적으로 씹힐 수 있도록 음식물의 위치를 조절한다. 물론 혀에도 수많은 근육과 신경이 분포되어있다. 이처럼 씹는 행위는 일상적으로 무의식 중에 일어나지만, 사실상 그 어떤 운동보다도 고차원적인 수준의 복잡한 운동이다. 실제로 씹는 행위를 하는 동안 뇌의 혈류량이 급격히 증가한다고 한다. 뇌의 혈류량이 증가한다는 것은 그만큼 뇌의 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그러나 치아를 상실한다면 씹는 행위의 복잡성 자체가 줄어들고 뇌의 활동도 그만큼 감소할 수 밖에 없다.

치아의 건강이 나빠지면 영양분을 골고루 섭취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생긴다. 충치나 잇몸병으로 고생하는 어르신들이 치과에 와서 불편을 호소할 때에는, ‘김치를 씹을 수가 없다’거나 ‘갈비를 뜯을 수가 없다’는 표현을 자주 하신다. 질긴 야채를 씹을 수가 없어 섬유질과 비타민 등의 섭취가 어렵고, 고기류를 먹을 수 없어 단백질의 섭취 또한 어려워진다. 결국 제대로 씹지 않아도 먹을 수 있는 밥, 면, 빵 등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를 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영양소의 불균형이 생기고 면역력이 약해져 감염성 질환에 쉽게 노출된다. 또한 각종 노인성 만성 질환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치아가 불편하면 소화기관에도 장애가 생길 수 있다. 음식을 충분히 씹지 못하고 삼키게 돼 소화기관이 음식물을 충분히 소화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소화 장애는 영양섭취의 불균형으로 이어져 전신의 건강을 헤친다. 야생의 동물들은 이빨을 잃으면 얼마 못가 죽는 경우가 많다. 먹이를 사냥해 먹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인간은 가공된 음식을 먹기에 이보다는 형편이 낫긴 하지만, 크게 보아 인간의 가장 중요한 생존 활동인 음식 섭취에 불편이 생긴다면 건강을 유지하는데에 어려움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치아의 불편함은 인간의 사회활동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운동 선수들을 조사해보면 치아가 건강하지 못한 경우 전신의 운동 능력도 감소하여 기록이 나빠지는 사례가 많다. 이처럼 치아의 불편은 알게모르게 신체 활동을 제약하여 사회 활동에 있어서의 자신감을 부족하게 한다. 또 충치나 잇몸병은 대게 악취를 동반하게 마련인데, 이는 인간관계에 있어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결국 충치나 잇몸병을 치료하는 데에는 대게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게 되고 이에 대한 스트레스는 다시 사회 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이처럼 작은 치아의 문제가 전신 건강과 사회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치아의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향이 크다. 아마도 쉽게 치료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잇몸병의 경우 더 나빠지지 않도록 예방하기는 쉬우나 이미 심하게 진행된 잇몸병을 원상태로 회복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잇몸병으로 한 번 흔들리가 시작한 치아는 점점 더 흔들리고 아파져서 결국엔 뽑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일시적으로 증상을 개선하거나 더 심하게 진행되지 않도록 예방할 수는 있지만 흔들리던 치아를 멀쩡하게 만들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충치가 생겨도 떼우거나 씌우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충치를 제거하고 보철물로 치료한 치아는 정상적인 치아보다 다소 불편한 느낌이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수명도 대게 정상 치아보다 짧아지게 된다.

충치나 잇몸병으로 치아를 뽑게 되더라도 임플란트가 있으니 걱정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임플란트가 치아의 해부학적 구조를 완벽하게 재현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씹는 기능은 물론 소위 ‘씹는 맛’에 있어서도 정상적인 자연 치아보다는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처럼 치아 건강은 입안에 작은 치아 한 개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나비효과처럼 전신의 건강은 물론 사회 활동에도 영향을 미쳐 인생 전반의 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충치나 잇몸병으로 생긴 작은 불편함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반드시 치과를 방문해 원인을 밝히고 근본적인 치료를 통해 더 큰 문제로 확대되지 않도록 헤결을 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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