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은 부촌이라 그렇다 치더라도, 전국의 전셋값 상승 추세가 도무지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아 이대로 가다가는 전세 대란을 넘어 거주 대란이 올 판이다. 한국감정원이 전국 아파트 값 주간 동향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주 전셋값은 전 주에 비해 0.17% 올라 72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처럼 전셋값이 역대 최장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계속 오르기만 하다 보니 수도권에서도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이 70%를 넘어선 지역이 등장했다. 아파트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도권에서 전세가율이 70%를 넘은 것은 외환위기 여파로 신규 주택 공급이 줄면서 전셋값이 치솟았던 2001~2002년 이후 12년 만이라고 한다. 서울에서도 조만간 70%를 넘는 곳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정부세종청사와 자동차로 20분 거리여서 출퇴근이 가능한 대전 유성구 노은지구 일부 아파트에서는 전세가가 매매가와 비슷해지는 기현상까지 발생했다.
문제는 이처럼 전셋값이 오르기만 하다보면 세입자가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깡통전세’가 늘어 집이 경매에 넘어갔을 때 보증금을 온전히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사태가 심각해진 데에는 전세대출 금리가 낮다는 사실도 적지 않게 작용했다. 금리가 낮다보니 예전에는 돈에 맞춰 집을 구했는데 요즘은 집에 맞춰 돈을 구한다고 한다. 정부에서 선의로 마련한 제도가 전셋값을 올리는 부작용을 낳고 있는 셈이다. 특단의 전셋값 대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