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연초 M&A 열기를 두고 자본 시장에서는 최근 경제 흐름과 연동하지 않는 독자 국면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대기업들의 지배 구조나 포트폴리오(보유기업) 개편, 중견 기업들의 가업승계 이슈가 맞물리며 M&A 열기가 식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지난해 이어진 M&A 딜이 체결되며 ‘착시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반론도 있다. 최근 불거진 글로벌 지정학적 이슈에다 대선까지 겹친 상황에서 1분기(1~3월) 전후 흐름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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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체결된 바이아웃딜 건수는 총 12건(금융감독원 전자공시·보도자료 기준)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3일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VIG파트너스의 콘택트렌즈 업체 스타비젼 경영권 매각을 시작으로 △한국 미니스톱(3134억원) △클래시스(6700억원) △KG ETS(5400억원) 등 수 천억원 규모 M&A가 잇달아 쏟아지며 2조1200억원 넘는 거래가 이뤄졌다.
같은 기간 지분 투자 부문에서도 굵직한 거래가 이어졌다. 지난달 5일 글로벌 PEF 운용사인 칼라일그룹(The Carlyle Group Inc.)이 정의선 현대차(005380)그룹 회장과 정몽구 명예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086280) 지분 10%를 6113억원에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새해 M&A 열기는 금리 인상 여파로 시장이 얼어붙을 것이라던 예상과 다른 전개여서 눈길을 끈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아직 금리 인상에 대한 임팩트(충격)가 나타나지 않은 상황에서 제 때를 놓치면 (인수) 기회가 없다는 위기감이 영향을 미쳤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 열기 이어질 것 VS 일시적 현상’ 의견 팽팽
이러한 시장 열기가 이어질 지, 여러 악재를 이겨내지 못하고 꺾일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업계 일각에서는 매크로(거시경제) 상황과 별개로 자본시장이 독자적 흐름을 보이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전망을 하고 있다. 대기업들의 지배구조 개편 이슈가 진행 중인데다 중장기 비전 확보를 위한 포트폴리오(보유기업) 재조정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어서다.
가업승계 이슈를 품은 중견기업도 M&A 시장 열기에 일조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산업화 붐을 이뤘던 1970~1980년대 회사를 세운 기업 오너들이 자녀 세대로 가업을 물려주는 시즌(시점)이 다가온 상황에서 승계 대신 엑시트(자금 회수)를 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대기업들조차 부담스러워하는 상속세 리스크(약 60%)도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사업 자체는 탄탄하지만 기업승계 이슈가 있는 기업들을 상대로 인수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반면 현재 상황은 지난해 M&A 시장 열기의 연장 선상이자 ‘착시현상’으로 봐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지난해 논의가 이어진 매물들이기 때문에 열기 지속으로 분류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금리 인상 여파에 최근 불거진 글로벌 지정학적 이슈, 대선 이후의 분위기 전환까지 생각한다면 1분기 전후로 조성될 M&A 시장 분위기를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다른 PEF 업계 관계자는 “연말 이어진 M&A딜(거래)이 연초까지 맞물리는 경우가 있는 데 현재는 그런 경우로 봐야 한다”며 “대선 이후 금리 인상 여파가 본격적으로 미칠 3월 이후의 시장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