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전문직 장부, 강제로 열어본다는데

건별수임액 제출강제는 정책의지와 행정력이 관건
장부기장확대, 영세업자 피해방지책도 필요


  • 등록 2006-01-01 오후 12:00:05

    수정 2006-01-01 오전 7:39:30

[이데일리 김수헌기자] 정부가 연초부터 고소득 전문직 소득파악 강화를 위한 처방들을 제시하고 나섰다. 이들의 장부를 강제적인 수단을 동원해 열어보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가산세 부과, 세무조사, 법령개정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고소득전문직의 상세소득내역을 파악하겠다는 것은, 근로소득세를 내는 월급생활자와 고소득 사업자간 세금 불형평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정부의 조세정책이 앞으로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고소득 일반자영업자가 매출소득을 위장하려고 아예 장부를 쓰지않고 세금을 피해가는 현실을 차단하기 위해 장부작성사업자보다 세금에서 더 불리해지도록 하겠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는 현재 가동중인 소득파악 태스크포스를 통해 현금대체 결제수단 활성화 방안과 고소득전문직종 소득파악제고 방안 등을 집중연구중이다.

◇수임건수 뿐 아니라 건별금액 제출 강제화

한덕수 경제부총리가 1일 신년 언론사 합동회견에서 정부 방안 중 일부를 언급했다.

고소득전문사업자에 대한 소득파악 조치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법무사 관세사 등이 국세청에 부가가치세 신고를 할 때, 총수임금액 뿐 아니라 수임건별금액 등이 적힌 상세한 수입금액명세서를 제출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수입금액명세서를 안 내거나 형식적으로 대략 작성해도 제재를 받지 않았다.

예컨대 어떤 변호사가 6개월마다 부가세를 신고하면서 총수임금액이 1억원이라고만 밝혀도 됐다. 1000만원짜리 수임건을 500만원으로 계산해 500만원을 누락해도 과세당국은 알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제는 건별로 수임금액을 상세하게 적어내면 과세당국이 검증하기가 매우 수월해진다.

또하나, 정부는 변호사들의 경우 변호사협회에다 소득관련자료를 내도록 하고, 협회가 국세청에 이 자료를 내는 방안도 고려중이다.

현행 `과세자료 제출 및 관리법`에 따라 전문직사업자 관련협회(지방법무사회 한국공인회계사회 세무사회 등)나 공공기관(특허청 건설교통부 지자체 등)들은 각 개인사업자로부터 수임건수와 수임료 등 자료를 받아 국세청에 내고 있다.

그러나 변호사들은 이를 제출하지 않고 있어, 변호사에게도 협회를 통한 자료제출을 강제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밖에 부동산관련 소송으로 변호사 비용이 들어간 사람에 대해서는 변호사 비용을 양도소득세 산정 때 공제해줌으로써 자연스럽게 변호사 수입 중 일부를 노출시키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고소득전문직 지갑파악, 효과 있을까

정부의 이같은 방안이 효과를 거두려면 이행강제수단이 있어야 하고, 또 그 수단이 효과적이어야 한다.  건별 수임금액이 포함된 상세소득자료를 성실하게 작성해 제출하지 않을 경우 재경부가 우선 고려중인 제재수단은 별도 가산세 부과다.

가산세가 어느정도 수준인지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의 관행이나 일부 조사에서 드러난 탈세규모 정도를 감안할 때 가산세를 부과하는 정도의 수단으로 상세소득자료 제출을 강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다.

전문직사업자들의 조직적 로비도 예상된다.  정부 조치에 대한 소송도 예상할 수 있다.

재정경제부는 한단계 더 높은 수단으로 강력한 세무조사를 생각중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불성실한 신고에 대해 세무조사에 들어가는 것도 이행강제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분은 정부 당국의 정책적 의지문제다. 고소득 전문직 소득파악을 높이기 위해 행정력을 충분히 투입할 의사가 있다면,  엉터리 신고를 하는 고소득전문사업자를 잡아내기 위한 상시 세무조사도 가능할 것이다.

정부는 변호사협회를 통한 자료제출의 경우 아예 변호사법 시행령을 고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것은 법무부와의 협의가 필요하다. 일부 조직적 로비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사회전체의 여론조성도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한편 변호사 비용도 양도소득세 산정 때 필요경비로 인정해주는 방안에 대해서는 변호사 수입파악률을 높이는 방안이 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정부는 양도세를 낼 때 부동산을 매입할 당시 들어간 취득 등록세, 중개 수수료, 집 수리비 등을 필요경비로 공제해 주는데, 이 공제항목에 변호사 비용도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렇게 하면 양도세 공제를 받기 위해 변호사 비용을 정확하게 적어낼 것이고, 자연스럽게 변호사 수입 중 일부가 노출될 것이라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재경부는 부동산 취득이나 양도와 관련한 소송들은 금액이 크고, 건수도 의외로 많아 생각보다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장부기장확대, 영세업자 피해막을 보완장치 마련해야

정부는 자영업자의 장부작성을 확대하기 위해 장부를 쓰지 않는 자영업자들이 세금에서 불리해지도록 제도를 개편할 방침이다. 원칙적으로 모든 사업자는 기장 의무가 있으나 현재 신고사업자의 46%는 장부없이 추계과세되고 있다.

추계과세란 사업자 업종에 따라 증빙없이도 일정비율을 경비로 인정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예컨대 음식점사업자라면 연간 수입금액이 6000만원 이상인 사람은 원재료매입비용이나 임차료, 인건비 등은 증빙을 갖춘 경우에만 비용인정을 하고 나머지 기타경비는 이른바 `기준경비율`을 적용해 비용인정을 받는다. 이런 비용들을 수입금액에서 빼 소득금액을 산출해낸다.

6000만원이 안되는 음식사업자는 아예 수입금액에다 `단순경비율`을 곱한 금액을 수입금액에서 빼 소득을 산출한다.

재경부는 기장사업자는 증빙이 없는 경우 경비인정을 못받는 반면 추계사업자는 증빙없이도 비용이 일정수준 인정되므로 더 유리하다고 판단, 추계사업자 세부담이 기장사업자에 비해 현재보다 불리해지도록 경비율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경우 문제는 영세업자들이 그 유탄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장부기장 확대정책은 돈을 많이 벌면서도 매출을 줄여 신고하고 탈세하기 위해 영세업자인양 추계과세를 받는 업자들을 겨냥하는 것"이라며 "영세업자들이 피해를 받지 않도록 보완장치도 마련한다"고 말했다.

재경부는 월 2~3만원 정도 비용이면 장부기장을 해주는 업체들도 많기 때문에 소규모사업자들도 장부기장을 할 경우 기장비용 대비 세액공제혜택이 더 많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편 재경부는 무기장사업자에 대해서는 무기장가산세를 중과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무기장사업자에 대해서는 무기장가산세(20%)를 부과하고 있으며, 장부기장을 하는 소규모 사업자에 대해서는 기장세액공제을 해 주고 있다.

기장세액공제액은 산출세액의 10%(성실신고사업자 20%)이며 100만원이 한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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