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날 땐 영웅이었지만 돌아올 땐 초라한 역적 신세다. 바로 2006 독일월드컵축구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들고 돌아온 각 팀 감독들 얘기다.
때문에 월드컵은 선수들과 축구팬에겐 ‘세계 최고의 축제’지만 감독들에겐 성적에 따라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잔인한 시험무대다.
역대 대회가 그랬듯이 이번 월드컵도 예외가 아니다. 조별리그 탈락은 곧바로 감독 사임으로 이어졌다.
폴란드의 파베우 야나스 감독은 30일(한국시간)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폴란드는 조별리그 A조 1, 2차전에서 에콰도르와 독일에 연달아 패하면서 일찌감치 탈락이 확정됐고, 폴란드 언론과 축구팬들은 야나스 감독의 경질을 요구해 왔다.
이란과 트리니다드 토바고도 예외가 아니었다. ‘아시아의 맹주’로 기대를 모았지만 D조 최하위(1무2패)로 16강 진출에 실패한 이란의 브란코 이반코비치 감독도 “이제 떠날 때가 됐다”며 사의를 표했고, C조 리그에서 떨어진 코트디부아르의 앙리 미셸 감독도 대표팀과 재계약을 포기하고 카타르의 클럽팀 지휘봉을 잡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또 A조 코스타리카의 알레샨드리 기마랑이스 감독과 B조 파라과이의 아니발 루이스 감독, 각종 해프닝을 양산한 G조 토고의 오토 피스터 감독, ‘하얀 펠레’로 불린 F조 일본의 지쿠 감독도 짐을 꾸렸다.
또 우승후보로 꼽혔으나 16강에서 나란히 탈락한 스페인과 네덜란드는 정반대 양상을 보였다.
“4강에 못오르면 떠나겠다”고 밝혔던 루이스 아라고네스 스페인 감독은 프랑스에 패해 8강 진출에 실패한 뒤 약속대로 사의를 밝혔다.
그러나 네덜란드의 판 바스턴 감독은 “졌지만 훌륭히 싸웠다”는 국민적 여론에 힘입어 2010년까지 지휘봉을 잡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