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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의 신규 일자리 규모가 또 예상을 밑돌았다. 시장은 5월 한 달간 65만개 이상 고용이 늘었을 것으로 내다봤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10만명 넘게 모자랐다. 경제 회복에 일자리는 넘치는데, 일할 사람이 부족한 구인난이 원인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연방준비제도(Fed)의 조기 테이퍼링(채권 매입 축소)이 만만치 않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증시는 긴축 완화 가능성이 부각하자 오히려 상승했다.
5월 미 신규 고용 55.9만명 증가
4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5월 비농업 신규 고용은 55만9000명 증가했다. 다우존스가 내놓은 시장 예상치(67만1000명)를 10만명 이상 하회했다.
숫자 자체만 보면 4월 고용 쇼크(27만8000명 증가)를 벗어났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5월 실업률은 5.8%로 전월(6.1%) 대비 0.3%포인트 떨어졌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고용 확대를 두고 “미국 경제를 최악의 위기에서 벗어나게 하는 진전”이라며 “미국이 마침내 움직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 우리가 만든 프로세스를 가속할 때”라며 의회에 계류 중인 인프라 투자 계획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그러나 5월 고용은 시장 예상에는 못 미쳤다. 골드만삭스 등 일부 투자은행(IB)들은 75만명 이상 예상치를 제시했을 정도로 기대가 높았으나, 또 이를 밑돌았다.
이는 여전한 구인난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제가 가파르게 회복하며 일자리는 늘고 있는데, 일할 사람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연방정부의 추가 실업수당, 학교 폐쇄에 따른 육아 부담,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여전한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 때문에 5월 시간당 임금은 30.33달러로 전월(30.18달러) 대비 증가했다. 주간 임금(1053.28달러→1058.52달러) 역시 올랐다.
연준은 최근 경기동향보고서 ‘베이지북’을 통해 “전체적으로 임금 인상은 완만한 수준”이라면서도 “많은 기업들이 사이닝 보너스를 제시하거나 초봉을 올리고 있다”고 했다. 베이지북에 따르면 최근 세인트루이스의 레스토랑들이 100명이 넘는 종업원을 채용하기 위해 합동 취업설명회를 열었으나 겨우 10여명 참석했다.
테이퍼링 논쟁, 더 팽팽히 맞설듯
‘애매한’ 일자리 지표에 연준의 테이퍼링을 둘러싼 논쟁은 더욱 팽팽히 맞설 것으로 보인다. 조기 테이퍼링을 점치자니 고용 지표가 예상만큼 확 높지는 않고, 그렇다고 테이퍼링을 늦출 경우 인플레이션 우려는 커질 수 있어서다. 몇몇 연준 인사들은 최근 조기 테이퍼링 쪽으로 기우는 듯한 발언을 했는데, 이같은 기류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고용 시장이 들쭉날쭉한 만큼 당분간 지표를 확인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뉴욕 증시는 오히려 반색했다. 이날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52% 상승한 3만4756.39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88% 오른 4229.89에 마감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빅테크 랠리 덕에 1.47% 뛴 1만3814.49를 나타냈다.
내트웨스트 마켓츠의 존 브릭스 수석전략가는 “(5월 신규 고용은) 연준을 움직이게 할 정도로 뜨거운 것도 아니고 경제를 걱정할 정도로 차가운 것도 아니다”며 ‘골디락스’라고 평가했다. 찰리 리플리 알리안츠투자운용 선임전략가는 “고용 증가가 예상보다 다소 작았다”며 “다만 4월의 실망스러운 수치에서 반등한 건 좋은 소식”이라고 했다.
미국 국채금리는 긴축 우려가 완화하며 하락했다. 10년물 국채금리는 1.628%에서 출발해 장중 1.557%까지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