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났습니다]존리 대표가 보육원 아동 경제자립에 팔 걷은 사연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인터뷰②
입양원 운영 수녀 아이디어서 출발
임직원 10여명 기부자로…‘선례’
“법적 걸림돌多, 제도 보완 이뤄지길”
  • 등록 2021-06-08 오전 5:40:00

    수정 2021-06-08 오전 5:40:00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지난해 말 입양원을 운영하는 한 수녀가 서울 종로구에 있는 메리츠자산운용 사무실을 찾았다. 전국을 누비며 “투자하라”고 외치는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수녀는 존 리 대표에게 입양원을 거쳐 보육원으로 가는 아이들 이름으로 주식과 펀드에 장기투자 하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기부금을 좀 더 효율적으로 활용해 아이들이 보육원을 떠날 때 보탬이 됐으면 했다.

우리나라의 아동복지법은 아동의 안전과 복지 보장을 목적으로 가족의 보호가 없는 아동을 보육원에서 살도록 한다. 하지만 만 18세가 되면 시설에서 퇴소해야 한다. 보호종료아동이라 부르는데, 이들에게는 500만원에서 800만원 정도 자립정착금이 쥐어진다. 별개로 3년간 매월 받는 30만원의 자립수당이 있지만, 홀로서기를 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되도록 빨리 투자를 시작해 경제적 독립을 이루자는 것은 존 리 대표가 늘 해오던 이야기였다. 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언젠가 아이들이 성인이 됐을 때 계좌를 열어보고 “자신의 경제 독립을 꾸준히 응원한 누군가의 흔적을 확인하는 것 자체로 힘이 될 것”이라 판단했다.

[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어느 운용사도 해본 적 없는 일이기에 지난 3월 실질적인 계좌 개설이 이뤄지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다. 미성년자 본인에 의한 계좌개설은 불가능하다. 법정대리인, 즉 부모 또는 법정 후견인이 직접 지점을 방문해 대면으로 계좌개설을 요청한 경우에 가능하다. 부모만 가능한 금융사도 있다. 보호시설 아동의 경우 시설장이 후견인이 될 수 있지만, 시설장이 교체되기도 하고 원금 손실 발생에 따른 책임도 있어 선뜻 후견인이 되기 쉽지 않았다. 또 친권자 문제도 있다. 금전적 이유로 뒤늦게 친권자가 아이에 대한 권리를 주장한 사례들도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주변의 도움이 컸다. 박정임 메리츠운용 이사의 부친 박일환 전 대법관이 관련해 법적 자문을 맡았다. 박 전 대법관은 제3자가 무상으로 수여한 재산의 관리에 대한 내용을 담은 민법 제918조를 해답으로 제시했다. 기부자가 자금에 대한 관리인을 지정할 수 있는데, 관리인을 기부자 본인으로도 정할 수 있다. 친권자는 미성년 자녀에 대한 관리의 권리만 있으며, 행여 기부자가 본의를 바꾸더라도 처분할 수 없다.

우선 존 리 대표와 메리츠운용 직원 10여명이 기부자로 나섰다. 소식을 접한 메리츠운용 고객 40여명도 동참을 선언했다. 그렇게 모인 기부금은 매달 아이들 각각 명의로 만들어진 계좌에 쌓이고, 이는 주니어 펀드, 우먼 펀드 등에 투자되고 있다. 현재 대상 아동은 24명으로, 갓난아이부터 열살 아이까지 대부분 영유아다. 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지속되도록 메리츠운용 측은 관련 업무에 대한 매뉴얼을 만들어 매달 시설에 관련 사항들을 점검하고 있다. 기부금의 분배 기준, 입양과 같은 변수에 대한 대응 원칙도 마련했다. 언젠가 아이들이 자라면 금융 교육도 계획 중이다.

최근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존 리 대표는 후원을 약속하는 기업과 개인 기부자는 점점 늘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대상 아동을 찾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후견인을 통해 수익금과 무관하게 계좌 개설까지 이뤄지고, 아이들이 성인이 됐을 때 스스로 자금을 유출입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와 전산 시스템이 마련됐으면 하는 것이 그의 희망사항이다.

존 리 대표는 “경제적 독립이 필요함에도 법적 문제 등으로 쉽지 않은 여건에 놓인 이들이 있다”면서 “아이들의 경제적 자립을 응원하는 일이 일부의 움직임이 아닌 시스템으로 확산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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