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지난해 청약증거금 10조원 이상 뭉칫돈이 몰렸던 종목들이 초라한 수익률을 냈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솔루엠, 쿠콘은 1년 사이에 주가가 상장 초기보다 10% 이상 빠졌다. 코로나19가 촉발한 유동성 장세가 꺾이는 가운데 주가 반등의 모멘텀이 부재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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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는 전 거래일보다 1.84% 오른 13만8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3월 16일 장중 13만4000원을 찍고 반등했으나 한 달여째 13만~15만원대에서 횡보하고 있다. 지난해 상장 첫날(3월18일) 종가와 비교하면 18%, 지난해 장중 최고점인 36만2000원(8월17일)에 비해서는 61.7%나 떨어졌다. 공모(6만5000원) 투자와 상장 직후 숨 고르기 국면에 진입한 투자자를 제외하고 지금까지 주식을 들고 있는 개인들은 사실상 마이너스인 셈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주가는 올 상반기까지는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바백스 코로나19 백신 선적 물량 이연과 국내 유통 물량이 하반기에 집중되면서 실적 부진이 예상되고 있어서다. 신한금융투자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830억원, 27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6%, 49%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최근 하향 조정된 컨센서스보다 매출액은 63%, 영업이익은 78% 하회한 규모다. 삼성증권 역시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6%, 57%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실적이 하향 조정되면서 목표주가도 덩달아 낮아졌다. 이달 들어 키움증권과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삼성증권 등은 18만~19만원대를 제시했다. 지난해 하반기 30만원대의 목표가가 쏟아진 것과 대비를 이룬다.
지난해 수요예측 경쟁률이 1167대 1에 달했던
솔루엠(248070)도 1년 사이 주가가 12% 빠졌다. 공모가(1만7000원) 대비 49% 올랐지만, 지난해 상반기 주식을 산 투자자들은 쓴맛을 보고 있다. 지난해 7월 고점(3만3350원) 대비 24%나 빠졌기 때문이다. 베트남 등 주요 생산거점에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봉쇄 조치로 전방산업의 생산 차질이 발생하면서 TV부품 매출이 주춤했던 탓이다. IT산업 내 공급망 문제로 전반적인 원재료 가격이 상승하면서 실적이 부진했던 것도 주가 하락의 주 요인으로 꼽힌다. 증권가에서는 물류비와 원부자재 가격 상승이 올해도 이어져 상반기까지 일부 제품은 수익성이 부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핀테크 플랫폼과 비지니스 데이터 제공 서비스기업인
쿠콘(294570) 역시 상장 초기에 비해 18% 하락했다. 일반 공모청약 경쟁률이 1596.35대 1로 흥행에 성공한 데 이어 지난해 8월 말 장중 9만7000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같은 해 하반기 이후 내리막을 타면서 공모가(4만5000원)에 사거나 올해 3월 중순 저점 매수에 나선 투자자를 제외하면 사실상 수익률이 마이너스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와 미국의 긴축 가속화로 성장주에 대한 투심이 악화하면서 주가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업계에선 이른바 ‘공모주 불패’ 신화가 흔들리는 시기인 만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시중 유동성 증가에 힘입어 공모주만 받으면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었지만, 올해 들어서는 분위기가 완전 달라졌다”면서 “묻지마 청약에 나서기보다 산업군과 기업을 철저히 분석한 후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