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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극단의 정치 상황으로 인해 민심도 양극화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은 20대 대통령 취임사에서 “우리나라는 지나친 양극화와 사회 갈등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할 뿐 아니라 사회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 앞선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된 직후엔 “분열과 분노의 정치를 끝내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대통령에 지나치게 편중된 당정 관계, 강성 지지층을 확산하는 팬덤 정치, 포퓰리즘에 기댄 정책 등으로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분열과 분노는 정치 혐오로 바뀌게 됐다. 전문가들은 이런 정치권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대통령 권력을 분산하고 승자 독식의 선거제도라는 판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주문한다.
與野, ‘줄세우기 정치’에 몰두…정치혐오 무당층↑
‘48.56% vs 47.83%’. 지난 3월 9일 치러진 제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시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득표율이다. 헌정 사상 최소 득표 차인 24만표, 불과 0.73%포인트 차로 절체절명의 승부가 갈렸다. 이후 10개월여 기간이 지나 해가 바뀌었지만 대통령을 배출한 집권여당인 국민의힘, 이재명 후보가 당의 주인으로 바뀐 민주당 어느 진영도 국민들로부터 과반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 사이 여야를 모두 지지하지 않는 무당층은 거의 대부분 여론조사 기관에서 2~3배 가까이 늘었다. 넥스트리서치가 SBS의뢰로 지난해 12월 30~31일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5명에게 정당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 29.3%, 민주당 22.7%, 정의당 2.5%로 나타났다. 지지정당이 없다는 무당층은 무려 42.7%에 달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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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은 윤 대통령을 중심으로, 야당은 이 대표를 중심으로 ‘줄세우기 정치’를 하며 내부적으로는 계파 싸움, 양당 간에는 진영 논리에 몰두하고 있다. 여당은 윤핵관(윤석열대통령 핵심관계자)을 중심으로 2번의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과정부터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룰 개정까지 모든 전권을 잡고 흔들며 당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 대표를 둘러싼 사법리스크에 대해 “검찰 공화국의 야당 탄압”이라고 주장하며 현 정권의 흠짓내기에 몰두하고 있다.
한 원로 정치인은 “대선이 끝나도 사사건건 윤석열 대 이재명이 부딪히는데다 팬덤 정치로 정치권이 극단으로 가면서 정치를 혐오하는 무당층이 늘고 있다”며 “중도층인 이들을 흡수하는 것이 내년 총선 승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양당은 진영논리를 그만하고 국민을 상대로 일을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엇갈린 정부 권력·의회 권력…승자독식 선거 끝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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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정부 예산안 처리 과정을 보면 여야는 지난해 말 법인세, 현 정부 중점 사업, 이재명표 예산을 두고 한치의 양보없이 치열한 대립만을 반복했다. 결국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가장 늦은 법정처리시한을 21일이 지나 겨우 예산안을 처리했다. 이후에도 해를 넘어서까지 안전운임제, 추가연장근로제, 건강보험 국고지원 등 일몰법안 처리를 못하고 여전히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정치 개혁을 위해서는 현행 선거법을 개정해 현행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개편, 승자 독식의 거대 양당 체제를 다당제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헌법 개정을 통해 현재 권력이 집중된 대통령제를 4년 중임의 대통령제, 이원집정부제, 의원내각제로 변경하는 목소리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양당은 스윙보터 역할을 하는 중도 유권자를 흡수하기 위해 서민을 위한 정책을 펼치고, 협치에 나서는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근본적으로 정치판을 바꾸기 위해 선거구제 개편과 헌법 개정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