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3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의 생명공학기업 제론(Geron)사에 대해 배아 줄기세포를 이용해 척수손상 환자를 치료하는 임상시험을 공식 승인했다고 밝혔다.
배아 줄기세포 치료법은 그동안 일부 과학자들 사이에서 임상시험이 실시되기도 했지만 미국 정부의 공식 승인을 받아 이뤄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지난 2001년 당시 부시 대통령이 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정부 차원의 재정 지원을 금지했던 정책이 전격 폐지됐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줄기세포 연구는 윤리적이고, 또 잠재적으로 생명을 살리는 것"이라며 부시 행정부의 규제조치를 무효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인간 배아 줄기세포는 인체의 어떠한 세포로도 성장할 수 있어 손상된 신체 조직을 되살리는 '꿈의 치료법'으로 평가받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식 때 종양발생등의 부작용과 함께 치료 과정에서 원세포가 파괴돼 생명윤리 논란이 빚어왔다.
한편 제론사의 최고경영자 토머스 오카마(Thomas B. Okarma)는 이날 미국내 4~7개 병원에서 8~10명의 환자에게 배아 줄기세포에서 파생된 세포를 주입하는 임상시험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또 줄기세포를 주입하기 전에 환자들은 2개월 동안 거부반응을 억제시키기 위한 약물 치료를 받게 되며, 임상시험 뒤 최소 1년 동안 추적 관찰이 병행된다.
오카마 CEO는 "이번 임상시험의 목표는 배아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의 안전성 테스트"라며 "환자들의 다리 감각이나 운동 신경이 살아날 가능성도 있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지금까지 배아 줄기세포를 다른 세포로 분화하는 연구라든가 동물실험등은 다양하게 이뤄졌지만 인간을 대상으로 한 배아 줄기세포 시험은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사례가 없어 이번 시험은 결과에 관계없이 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만일 이번 임상시험이 성공을 거둬 안전성이 입증된다면 거대한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선진국들의 배아 줄기세포 치료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