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애먼 '50년 주담대'만 잡는 금융당국

은행들 "억울하다" 불만
당국 오락가락하는 듯한 모습 보이지 말고
명확한 시그널 줘야
  • 등록 2023-08-22 오전 5:22:00

    수정 2023-08-22 오전 5:22:00

[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내부에서 설정했던 한도 2조원이 소진돼 판매가 종료되는 거예요.”

NH농협은행 관계자는 지난 18일 이달까지만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취급하기로 한 배경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수요가 많아 당초 예상보다 소진 시기가 빨랐을 뿐 계획대로 실행했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은행권에선 최근 50년 만기 주담대가 대출 규제 우회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지적이 부담이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은 지난 달부터 속속 출시되기 시작했다. 만기가 긴 만큼 대출 한도가 올라가고, 은행에 매달 갚아야 할 돈은 줄어드니 주택 매매를 저울질하는 실수요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최근 가계부채 급증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NH농협은행이 사실상 먼저 판매 중단을 선언했고, 다른 은행들도 당국 눈치를 보고 있다. 우리은행은 뒤늦게 가입 가능 연령 등 상품 조건 변경을 검토 중이다. 상황이 이러자 실수요자들의 불안감이 확산하면서 ‘막차’를 타려는 수요까지 몰리고 있다.

은행들은 금융당국 눈치를 보면서도 ‘억울하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가계부채 증가에는 계속된 금리 동결, 부동산 시장 영향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는데도 은행 탓만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 상품 자체가 당국의 정책 기조(특례보금자리론)에 호응해 내놓은 것인데, 이제 와서 가계부채 증가 ‘주범’으로 몰려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50년 주담대와 함께 점검 대상에 오른 카카오뱅크(323410) 등 인터넷 은행들도 마찬가지다. 카카오뱅크 측은 “우리가 전체 주담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불과하고, 60%는 대환 수요”라고 주장한다. 주담대가 급증한 것은 맞지만, 주범 취급은 과하다는 얘기다.

50년 만기 주담대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우회할 여지가 있는지, 인터넷 은행들이 비대면 주담대 확대 과정에서 소득 심사나 연체 관리를 제대로 하는지 들여다보는 일은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올 초만 해도 은행들이 과도한 ‘이자 장사’를 한다며 대출 금리 인하를 압박하다가, 불과 몇 달 만에 되레 대출이 과도하다며 줄이라는 오락가락 행보에 은행들도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당국이 가계부채 증가의 근본 원인을 찾기보다 ‘발등에 떨어진 불 끄기’에 급급한 건 아닌지 돌아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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