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약 먹는 노인, 빙판길서 넘어질 확률 높아 조심해야”

고관절골절 환자의 10~20%가 1년 이내 사망
  • 등록 2014-01-04 오전 6:39:22

    수정 2014-01-04 오전 6:39:22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눈이 오면 겨울 스포츠의 꽃인 스키나 보드를 타기 위해 설레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눈 자체가 공포인 사람들이 있다. 바로 노인이다.

빙판길에서 넘어져 뜻밖의 사고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겨울에는 낙상으로 정형외과를 찾는 노인이 다른 때보다 2~3배가량 많다. 특히 안정제와 근육이완제, 고혈압약을 복용하는 사람은 약 특성상 어지러움증이나 두통이 생겨 낙상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더 조심해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자료에 의하면 고관절골절 환자의 10~20%가 1년 내에 사망하기 때문이다.

◇넘어지기 좋은 환경, 10년 전보다 배 이상으로 늘어

겨울 날씨를 상징하던 ‘삼한사온’이 사라지고 있다. 추운 날씨가 일주일 이상 이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10년 전보다 적설량이 2배 넘게 늘었다. 2002년 13.1cm에 불과했던 신적설량은 2012년 47.6cm나 됐다. 하루에 내리는 양도 그렇지만 횟수도 10일에서 18일로 8일 정도 많아졌다.

문제는 그 다음날이다. 바닥에 쌓인 눈이 그대로 얼어붙어 빙판길로 바뀌기 때문. 2002년 눈이 내린 이튿날의 최저기온 평균은 -5도였지만 2012년은 최저기온이 -9.9도에 달했다. 10년 전보다 눈이 더 내렸으면서 다음날 기온은 더 낮아진 것이다. 이는 10년 전보다 빙판길이 더 잘, 또 많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낙상을 할 확률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자주 넘어지는 노인 신경질환 의심해봐야

추운 겨울철은 다른 계절에 비해 옷이 두껍고 움직임이 굼뜨다. 일상생활에서의 활동도 줄어들어 근육이나 관절의 유연성이 낮아진다. 빙판길에서 미끄러지고 넘어질 위험이 높다. 특히 노인은 젊은이에 비해 순간 대처 능력이 떨어진다. 근골격계의 근력 감퇴와 여러 관절의 퇴행성 변화로 발을 헛디딜 경우 균형을 빠르게 잡기가 어렵다. 또 골밀도 감소로 뼈가 약해져 경미한 충격에도 쉽게 골절을 입는다.

노인이 자주 넘어지는 것은 노화 외에도 신경계통에 이상이 생겨서다. 파킨슨병이나 퇴행성 뇌질환, 말초신경 또는 근육 이상, 시력과 시야 장애, 뇌졸중과 뇌종양에 의한 뇌기능 장애, 경련성 질환이 대표적이다. 심장에 문제가 생겼거나 저혈압, 저혈당도 영향을 미친다.

◇여자보다 남자가, 젊은이보다 노인이 치명적

낙상은 단순한 타박상과 찰과상에서 그치기도 하지만 자칫하다가는 골절과 연관돼 생명까지 위협한다. 한 번 크게 넘어진 노인은 다시 넘어지는 게 두려워 외출을 삼가고 운동량 부족으로 인해 다시 낙상을 입는다. 또 다시 빙판길에서 심하게 넘어지면 고관절골절이 생길 수 있다.

고관절골절은 남자보다 여자가 3배 이상 많이 생기고 젊은층보다는 70~80대 노인에게서 흔하다. 그리고 여성보다는 남성의 사망률이 1.7배 정도 높기 때문에 더 치명적이다. 고관절골절 환자의 10~20%가 1년 내에 사망한다.

허벅지 뼈와 골반을 연결하는 고관절이 부러지면 수술로 골절 부위를 고정하거나 인공관절로 교체한다. 수술을 하지 않을 경우에는 장기간의 침상 안정이 필요해 자칫하다가는 욕창이나 요로기계 감염, 폐렴과 같은 합병증이 생겨 사망할 수도 있다.

척추에 순간적으로 충격이 가해지면 척추골절도 생긴다. 신경마비 증상을 직접 일으키지는 않지만 척추 기형과 함께 요통을 야기해 자칫하다가는 척추후만변형이 생긴다. 이때는 의료용 골시멘트로 주저앉은 척추를 보강하는 척추성형술을 한다.

손목골절은 겨울철 낙상환자에게서 보이는 가장 대표적인 질환이다. 대부분이 넘어지는 순간 몸을 보호하고자 손부터 짚기 때문이다. 다행히 고관절골절이나 척추골절보다는 치명적이지 않다. 손목뼈가 부러지면 아프고 부어오르며 피멍이 생긴다. 정도가 심하지 않으면 뼈를 맞추고 석고 고정을 한다. 어긋난 정도가 심하면 핀으로 뼈를 고정하는 정복수술을 한다.

고관절골절이나 척추골절 환자는 70~80대에, 손목 골절은 50~60대가 많다. 노인 중에는 치료비 걱정과 자식에게 부담을 줄까 싶어 빙판길에서 넘어져 다쳤으면서도 감추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몸에 문제가 생겼는지 모르는 사람도 있다. 뼈에 금이 가거나 부러진 뼈가 맞물리면 큰 고통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낙상하면 신속히 병원을 찾아야 한다. 부러진 뼈가 어긋나거나 시간이 지나면서 주위 조직을 찔러 부상을 키울 수 있어서다. 치료가 늦을수록 골절된 뼈세포가 완전히 죽어버려 뼈가 다시 붙지 않는 경우도 있다. 자녀가 노부모의 행동변화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하는 이유다.

◇작은 충격에도 여파가 큰 골다공증

골다공증 환자에게 있어 낙상은 치명적이다. 골다공증은 ‘뼈에 구멍이 많은 병’이라는 뜻으로, 미네랄 성분이 소실되면서 조직이 얇아지고 엉성해져 구멍이 숭숭 뚫린 것처럼 보인다. 그 자체로는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뼈가 약해져 사소한 충격에도 쉽게 골절이 생긴다.

남성보다 체격이 작은 여성, 그중에서도 에스트로겐 호르몬이 갑자기 감소하는 폐경기 여성이 취약하다. 나이가 들면서 활동력 감소, 영양섭취 부족, 호르몬 감소로 인한 대사작용의 저하에 의해서도 뼈 손실이 발생한다. 따라서 1년마다 검사를 받고 골다공증 정도를 확인한다. 또 칼슘을 충분히 섭취하고 칼슘을 배출시키는 카페인이 다량 함유된 음료와 커피는 삼가고 흡수를 돕는 비타민D가 함유된 음식을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담배는 여성호르몬의 농도를 낮춰 조기 폐경을 야기하므로 금연한다.

황지효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겨울철에는 일조량 감소와 운동량 부족으로 골다공증성 골절이 그 어느 때보다 발생하기 쉽다”며 “골밀도가 떨어지면 작은 충격에도 골절이 생긴다. 골다공증 검사를 통해 자신의 뼈 나이를 알고 필요 시 골다공증 약을 복용하는 것이 낙상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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