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통토크]김한기 주택협회장 “민간임대 늘려 서민들 집구하기 쉬운 환경 만들겠다”

저출산·고령화로 1~2인 가구 늘고 있어
‘집은 소유 아닌 거주하는 공간’으로 인식 전환
주택업계는 다양한 계층위한 임대 상품 만들어야
지역주택조합 제도, 감독 규정없어 사기 피해도
조합원 모집 전 승인 받고 공개모집 해야
  • 등록 2016-06-27 오전 5:00:00

    수정 2016-06-27 오전 8:04:21

△김한기 한국주택협회 신임 회장은 “민간임대주택을 늘려 서민들이 집 구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서민층과 중산층이 집 구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건설사가 아파트 지어 파는 것만 신경 쓸 게 아니라 다양한 임대주택 상품을 만들고, 임차인을 위한 여러 서비스를 제공해 만족도를 높여야 합니다. 우리 주택 건설 업계가 사명감을 갖고 서민들의 주거비용 절감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지난 5월 제11대 한국주택협회 회장으로 취임한 김한기 회장(대림산업 대표이사)을 최근 주택협회 회장 집무실에서 만났다. 취임 한달을 맞은 김 회장의 어깨는 이전 협회장들 때보다 다소 무거워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강조한 것처럼 주택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주택업계의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주택협회장을 맡은 것이다. 그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는 취임 소감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어렵게 결심한 만큼 열과 성을 다해 일하겠다”

“아시는 것처럼 협회장 수락까지 오랜기간 고민을 참 많이 했습니다. 협회장이란 자리가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주택업계에 저보다 뛰어난 선·후배 경영자들이 많이 계신데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죠. 그렇지만 사명감을 갖고 한번 뛰어보자는 생각에 수락하게 됐습니다.”

주택협회는 지난 3월 박창민 전 회장 퇴임 후 두달 넘게 후임자를 찾지 못해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을 해왔다. 이 과정에서 협회 임원들이 김한기 회장을 찾아가 삼고초려 끝에 결심을 받아냈다는 후문이다. 이후 회원사들이 김 회장의 취임에 뜻을 같이 했고, 그는 지난달 24일 열린 임시총회에서 신임 회장으로 취임했다.

김 회장은 평생 건설밥을 먹은 말그대로 건설맨이다. 1984년 대림산업에 입사한 이래 각종 사업 현장과 지원 업무를 두루 경험했다. 4월부터는 대림산업 대표이사로 선임돼 일을 하고 있다. 이런 그에게 주택협회장이란 자리는 영광스러우면서도 부담스러운 것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건설사 중 하나인 대림산업을 경영하는 일만 해도 만만치 않은데 주택업계 전체를 이끌어가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맡았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4월부터 대림산업 대표이사에 오르면서 업무에 적응하던 중이었는데 5월에 주택협회장까지 맡게 돼 솔직히 어안이 벙벙하기도 하다”며 “올해는 일복이 터진 해라고 여기고 회사와 협회 일에 몰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택산업 발전과 국민 주거 안정 기여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추진해야 하는 중책을 맡은 만큼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주택산업 패러다임 변화 ‘분양에서 임대로’

김 회장은 주택산업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만큼 업계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주택시장은 사회 현상의 변화로 시장 여건도 달라지고 있어요. 그 중 하나가 저출산·고령화 현상입니다. 이로 인해 주택 소비시장에도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죠. 과거에는 한 가구당 식구가 많아 중대형 평형 아파트가 인기였지만 최근에는 1~2인 가구가 늘면서 중소형 아파트가 대세로 떠올랐습니다. 또 집을 소유하는 것에서 거주하는 공간으로 여기는 인식의 전환도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입니다.”

김 회장은 주택업계가 분양만 고집할 게 아니라 임대로 공급 방식을 다양화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주택 소비 트렌드 변화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지금 50~60세대만 해도 젊은 시절 내집 마련이 인생의 주요한 목표였어요. 그 때는 집이 부족했으니까요. 하지만 요즘은 살 수 있는 집도 많아졌고, 젊은층은 집에 대한 생각도 달라졌어요. 집이 없어도 된다고 생각하죠. 주택업계가 지금까지 영위해온 분양아파트 공급으로는 지속 가능한 경영을 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그가 생각하는 대안은 다양한 민간 임대주택 상품을 만드는 것이다. 그동안 주택업계는 임대주택사업에 거의 관심이 없었다. 선분양을 통해 공사비를 확보하고 2~3년이란 짧은 기간에 아파트를 지어 입주까지 끝내면 마무리되는 체계로 주택사업을 펼쳐왔다. 하지만 최근 주택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대형 건설사 역시 앞다퉈 기업형 임대주택인 ‘뉴스테이’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김 회장이 CEO(최고경영자)로 있는 대림산업이 뉴스테이 1호 사업장인 인천 도화지구를 수주한 것 역시 그의 이런 생각과 무관하지 않다. 그는 “중산층을 위한 임대주택인 뉴스테이 뿐 아니라 다양한 계층을 위한 민간 임대주택 상품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주택협회가 이런 분위기를 만드는데 앞장 서겠다”고 말했다.

“정부 정책에 동조하며 주택경기 안정화 에기여할 것”

임대주택 입주민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마련하는 것 역시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임대주택 하면 품질이 떨어지고 삶의 만족도도 낮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인데 이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뉴스테이만 해도 일반 분양아파트에 비해 품질면에서 부족함이 없게 짓고 있다”며 “여기에 커뮤니티 시설 등 입주민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되면 임대주택에 대한 인식이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와의 소통 채널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정책 따로, 업계 따로가 아닌 정부 정책에 적극 동조하면서 주택 경기 안정화에 기여하는 협회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현재의 주택시장에 대해 “제도적으로 개선돼야 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주택시장 정상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과열과 침체를 모두 방지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제도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주택협회가 그동안 꾸준히 추진해 왔고 본인 역시 동의하는 제도 개선 방안을 몇 가지 내놨다.

정비사업 기부채납 근거 규정 마련해야

우선 주택시장에서 많은 폐해를 낳고 있는 지역주택조합 제도를 바꾸는 것이다. 현재 지역주택조합은 조합을 설립하려는 사람 또는 업무대행사가 조합설립인가 이전부터 관리·감독 규정 없이 자율적으로 조합원을 모집하면서 여러 사업장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조합원을 모집해 놓았지만 아파트 지을 토지를 확보하지 못해 사업이 추진되지 않거나, 아예 사기를 목적으로 조합원을 모집하는 사업장까지 생기면서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김 회장은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조합원 모집 신고제나 공개 모집, 체크 리스트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체크리스트 방식이란 지방자치단체가 사업 주체로부터 신고받은 내용 중 토지 확보 여부와 토지이용 계획에 따른 사업계획 타당성 등 검토 자료의 인터넷 게재를 의무화하는 것이다.

△김한기 한국주택협회 신임 회장.
임대주택 공급량 확보를 위한 아이디어도 제시했다. 공공임대주택은 공급에 한계가 있어 민간 임대사업을 활성화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현재는 민간 임대사업자에 대해 일반임대는 4년, 준공공 기업형 임대는 8년 등 임대의무기간까지만 소득세나 재산세 등 각종 세제 혜택을 주고 있다”며 “이후에도 계속 임대를 할 경우 임대기간에 따라 차등해 소득세·재산세를 감면하는 ‘장기보유 특별공제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에서 기부채납 운영 기준을 법제화해 줄 것도 건의했다. 현재 국토교통부는 주택법에 기부채납 근거 규정을 마련해 일반 주택사업에서 지자체가 과도하게 기부채납을 요구하는 것을 막고 있다. 하지만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른 정비사업의 경우 이 같은 규정이 없다. 김 회장은 “정비사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선 적정한 수준으로 기부채납 비율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한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한기 회장은

1961년생. 서울고·연세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1984년 대림산업에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고 한국은행·대덕연구소 등의 일반건축 현장과 인천 불로·계룡·일산아파트 등 공동주택 현장까지 두루 경험했다. 2012년 1월부터 2013년 10월까지 대림산업 계열사인 삼호에서 최고경영자로 일했다. 이후 2013년부터 2016년 3월까지 대림산업 건축사업본부 본부장을 거쳐 지난 4월 대림산업 대표이사에 올랐다. 지난 5월 24일 한국주택협회 회장으로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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