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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부터 무릎 통증으로 걷기가 힘든 A씨, 오전 9시에 문을 여는 병원에 가려 집을 나선다. 출근길 직장인들은 자동차나 버스, 지하철, 택시 등 선택지가 많지만 A씨에겐 이동이 쉽지 않은 일이다. 먼저는 대중교통으로 약 30여분 거리인 병원까지 빠르게 갈 방법을 검색하는 일조차 쉽지 않다. 지난번엔 시내버스에 올랐다가 도로 내렸다. 지난 6월부터 서울시가 ‘현금없는 버스’를 운영하는데, A씨가 자녀 명의로 된 신용카드를 마침 집에 두고 온 탓이다. 다리가 아파 택시를 타고 싶지만, ‘하늘의 별따기’다. 거리에서 하염없이 손짓을 해도 빈차가 없다. 카카오택시와 같은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은 쓸 줄 모른다. A씨는 “가까워지는 택시를 잡으려고 있다보면 제가 부른 차라며 다른 사람들이 쏙 타버린다”고 했다.
A씨에겐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도 부담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교통사고 보행 사망자 중 만 65세 이상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2년 47.3%에서 꾸준히 올라 2020년에는 57.5%, 2021년엔 59%까지 올랐다. 걸음이 느리고, 반응속도 등이 떨어지는 등 사고 위험이 높은 A씨에겐 깜빡이는 횡단보도의 초록불이 야속하기만 하다.
외로움에 경제적 어려움도…“다각적인 대책 필요”
배우자를 잃고 자식과 떨어져 혼자 살고 있는 A씨에겐 외로움도 무서운 적이다. 2020년 기준 홀로 사는 고령자 가구는 116만1000가구로, 전체 고령자 가구 중 35.1%에 달한다. 독거노인은 스트레스에 더 취약한 것은 물론이고, 식사나 규칙적 운동 등 건강관리도 뒷전으로 밀릴 우려가 있다.
‘경제적 어려움’도 떼려야 뗄 수 없다. 한달 30만원가량 기초연금을 받지만 각종 공과금, 병원비 등엔 턱없다. 자녀들에게 받는 용돈은 웬지 ‘눈치’가 보인다. 경제력이 떨어진 탓에, 즐길거리와 먹을거리 등에서 점점 더 멀어지고 위축되는 느낌을 받는다고 A씨는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A씨와 같은 노인들을 위한 사회적 정책이 다각도로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베이비붐 세대 이후 노인은 하나의 집단으로 묶을 수 없고, 다양한 욕구를 가지고 있다”며 “이들의 다양함에 맞춰 정부 정책도 세심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인이 본인이 원하는 만큼 일을 하는 등, 소일거리라도 좋으니 ‘활동’이 필요하다”며 “길어진 인생 주기에 맞춘 활동을 보장해줄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