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R킹맘]맘스존엔 아이 장난감, 대디존은 어른 만화책

남성 육아참여 늘었지만 육아는 엄마 몫 인식 여전
여의도 IFC몰 맘스존엔 장난감, ·대디존은 만화책 비치
하이리조트 워터파크엔 모자로커 뿐 부녀로커는 없어
육아카페 여성만 가입 가능..육아대디 정보 소외 심각
  • 등록 2018-07-27 오전 5:30:00

    수정 2018-07-27 오전 5:30:00

일러스트=심재원(그림에다) 작가
[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육아는 엄마 몫’이라는 인식은 뿌리 깊다. 아빠가 육아에 동참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동의하면서도 막상 현실에서는 외면하는 아빠들이 적지 않다. 우리 사회의 시스템 또한 마찬가지다. ‘주양육자는 엄마’라는 전제아래 운영되는 제도나 시설이 대부분이다. 인식 개선과 병행해 아빠가 육아에 동참할 수 있도록 강제하는 사회적 장치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디존은 만화책보는 공간…모자라커는 있고 부녀라커는 없고

아빠육아 확산에도 불구 ‘주양육자=엄마’라는 인식은 뿌리 깊다. 워킹맘 최선영(32)씨는 “어린이집에서 매달 ‘열린어린이집’이라는 이름으로 학부모 참관 수업을 하고 있는데 참석요청 전화는 항상 엄마에게 온다”며 “아빠는 어린이집에서 일년에 1~2번 있는 ‘아빠참여수업’ 외에는 상대적으로 어린이집 행사에 대한 부담이 없다”고 토로했다.

여의도 IFC몰에 위치한 ‘대디존’. 만화를 볼 수 있는 성인을 위한 공간이다.
사회적으로 육아는 여성의 몫이라는 인식을 극명하게 보여 준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위치한 IFC몰의 ‘맘스존’과 ‘대디존’이다. 맘스존은 키즈카페처럼 아이와 노는 공간으로 꾸며져 있는 반면 대디존은 어른들이 즐겨보는 만화책을 진열해 놨다.

육아카페 등에서 논란이 확산하자 IFC몰 측은 문제가 된 맘스존의 설명 간판을 없앴다.

IFC몰 관계자는 “도입 취지는 엄마와 아빠를 가르자는 의도가 아니었는데 맘스존에만 유아 동반 고객이 사용 가능하다는 설명이 있어 오해가 일어난 것 같다”며 “논란을 수용해 맘스존의 유아 동반 필수 문구를 없앴다”고 설명했다.

여의도 IFC몰에 위치한 맘스존. 대디존과 달리 아이와 함께 이용하는 공간으로 꾸며져있다.
강원도 정선에 있는 하이원리조트에 새로 생긴 워터파크에는 ‘모자’로커(locker)는 있지만 ‘부녀’로커는 없다. 아빠와 딸이 함께 워터파크를 방문하면 함께 탈의와 샤워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공중위생관리법상 만5세 이상은 남녀혼욕이 금지돼 있다.

하이원리조트 관계자는 “아빠와 딸이 같이 방문하는 고객보다 엄마와 아들이 함께 방문하는 고객이 많아 서비스 차원에서 모자로커를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마트가 매달 1~15일까지 진행하는 정기 유아용품 할인행사 명칭은 ‘맘키즈’다. 검색포털 네이버는 육아정보를 모아놓은 카테고리 이름을 최근 ‘맘앤키즈’에서 ‘부모i’ 변경했다. ‘아이는 엄마 혼자 키우냐’는 이용자들의 항의를 수용한 조치다.

여성가족부 가족실태조사를 보면 아버지도 어머니와 똑같이 자녀를 돌볼 책임이 있다는 인식은 지난 2010년 3.7점(5점 만점)에서 2015년 4.1점으로 높아졌다.

육아정책연구소에서 지난해 11월 15세 이상 국민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행복한 육아문화 정착을 위한 육아정책 여론조사’ 결과 역시 비슷하다. 이 조사에서 부모가 자녀 양육을 어떻게 분담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질문에 양육 부담 전체 10 중 엄마 5.74, 아빠 4.26이 적절하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인식과 현실은 다르다. 육아정책연구소 설문에서 영유아 자녀가 있는 부모에게 실제 양육 분담 비율을 질문한 결과는 엄마 6.86, 아빠 3.14 이었다. 육아의 70%를 엄마가 부담하고 있는 것이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육아카페 ‘여성만 가입가능’…정보 부족한 육아대디들

육아에 적극적인 아빠들에게도 이같은 사회적 인식은 걸림돌이다. 워킹대디 김준수(38)씨는 “아이 어린이집에서 하는 ‘열린어린이집’ 행사에 가보고 싶은데 싶은데 어린이집에서 아빠가 오는 것을 부담스러워해 못가고 있다”며 “평일에 휴가를 내고 아이와 둘이 외출하면 ‘엄마는 어디가고 혼자 데리고 나왔느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꼭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워킹대디 박진우(37)씨는 ‘육아는 엄마 몫’이란 고정관념의 벽을 최근 실감했다. 육아에 관심이 많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박씨는 인터넷 육아 카페에 가입하려다 포기했다. 유명 맘카페에 들어가 가입창을 열자 ‘여자만 가입 가능’이라고 명시돼 있었다.

박 씨는 “그나마 아빠도 가입 가능한 육아카페에 올라온 글들도 대부분 엄마 위주의 정보들”이라면서 “아빠를 위한 육아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을 찾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육아카페를 운영중인 운영진은 “과거 남성 회원도 받았지만 남성회원이 신분을 속이고 여성회원에게 연락하는 등 불미스러운 사건이 종종 발생했다”며 “사고 발생을 막기위해 아예 남성 회원의 가입을 막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에서 운영 중인 아빠육아 정보 통합 플랫폼 ‘아빠넷’
정부에서는 육아휴직을 고민하고 있거나 남성 육아휴직 활성화를 검토 중인 기업을 위한 ‘아빠넷’을 운영 중이다. 각종 아빠육아 정보를 한 곳에서 제공하는 통합 플랫폼이다. 하지만 정보 제공을 위주로 하고 있을 뿐 아빠들 사이의 의견 교환이나 육아고충 토로 등 커뮤니티 기능은 없다.

이윤진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아직까지 우리 사회가 남성이 아이를 키우는 것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닫혀있지만 최근 들어 변화하고 있는 추세”라면서 “방송 등을 통해 아빠 육아에 대한 긍정적인 사회적인 분위기를 조장해 자연스럽게 남성도 육아참여자라는 인식이 스며들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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