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공간 특별한 음식”… 체험장소 늘리는 식품업체

오뚜기, 퓨전 식당 '롤리폴리 꼬또' 운영
자사 제품 베이스 요리 판매…신제품 피드백 받기도
동서식품 '맥심 플랜트', SPC그룹 '패션 5 테라스' 운영
전문가 “온라인 강세이나 소비자와 접점 공간 필요해”
  • 등록 2021-05-25 오전 5:00:00

    수정 2021-05-25 오전 5:00:00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최근 유통업계의 화두는 ‘경험’이다. 온라인 채널로 유통 주도권을 뺏긴 대형 유통업체들은 소비의 중심으로 떠오른 MZ(밀레니얼+Z)세대를 끌어내기 위해 백화점, 마트, 몰 등에 갖가지 체험요소를 더하고 있다.

최근에는 식품업체도 가세했다. ‘특정 장소에서만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무기로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자사 제품을 응용한 새로운 음식을 선보이거나 친숙하고 서민적인 이미지와는 다른 고급화를 시도해 MZ세대에게 신선함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 채널의 쇠락으로 별도의 마케팅 공간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체험 공간을 늘리게 됐다는 설명이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오뚜기 플래그십 스토어 ‘롤리폴리 꼬또’(사진=오뚜기)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뚜기는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플래그십스토어(특화매장) ‘롤리폴리 꼬또’를 만들었다. ‘롤리폴리’(roly-poly toy)란 ‘오뚝이’란 뜻이고 ‘꼬또’(cotto)는 이탈리아어로 ‘벽돌로 만든 공간’을 의미한다. 오뚜기 소유의 두 건물을 이어 만든 이 공간은 1015.77㎡(약 307평) 규모로 케이브, 큐브, 슬로프, 셰이드, 가든, 홀, 살라 등 일곱 가지 공간으로 나뉘었다.

이름에선 오뚜기 관련 업장이란 느낌이 묻어나지만 정작 가게 내외부는 파인다이닝을 연상케 할 정도로 고급스럽다. 가게 문을 오뚜기를 상징하는 노란 8자 모양으로 꾸몄지만, 그밖의 오뚜기 심볼은 찾아보기 어렵다. 오뚜기라는 이미지를 최대한 감춰야 소비자들이 브랜드에 대한 선입견 없이 음식을 맛보고 피드백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제조사 입장에서는 직접적으로 소비자들이 어떤 제품을 좋아하는지 느끼기 어렵다 보니 롤리폴리 꼬또 같은 공간을 마련해 다양한 요리를 시도해 보는 것”이라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인기 있던 순두부 열라면 등을 판매해본다거나 출시 전 신메뉴를 미리 제공해 소비자 반응을 살펴보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이곳에선 ‘오뚜기 3분 카레’를 사용한 쇠고기와 사과 카레, 방아잎 키미카레를 판매 중이다. 이외에도 ‘진라면’ 베이스의 우삼겹 파채 라면과 오뚜기 마요네즈를 사용한 날치알 주먹밥도 즐길 수 있다. 오뚜기 측은 “어디까지나 소비자가 직접 제품을 체험한 느낌을 반영하기 위한 공간”이라며 “외식업 진출 의도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국내 믹스커피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동서식품도 지난 2018년 4월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5층 규모의 체험 공간 ‘맥심 플랜트’를 선보였다. ‘도심 속 정원, 숲 속 커피 공장’이란 콘셉트로 만든 브랜드 체험공간이자 카페로, 기존 맥심 제품을 응용한 다양한 제품을 제공하고 있다.

실제로 맥심 플랜트에서는 인스턴트 커피 제품을 바리스타들이 재해석한 한정판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원두커피믹스인 ‘카누’를 활용한 ‘카누 웨이브’와 대표 상품 ‘맥심 모카골드’를 이용한 ‘모카골드 시나몬라떼’, ‘화이트골드’를 적용한 ‘화이트골드 쑥 라떼’ 등을 즐길 수 있다.

맥심플랜트 3층 브루잉 라운지(사진=동서식품)
이밖에 일반 소비자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스폐셜 티를 보다 쉽게 주문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건물 3층에 위치한 ‘브루잉 라운지’에서는 마련된 태블릿 기기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커피의 향미, 산미, 로스팅 정도를 고르면 16종의 커피 중 하나를 추천해준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동서식품의 커피 전문성을 알리는 것 외에도 어렵게 느껴지는 커피 문화를 쉽게 알리고자 해당 공간을 만들었다”라고 설명했다.

SPC그룹은 지난해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베이커리 레스토랑 ‘패션 5’를 리뉴얼(새단장)한 ‘패션 5 테라스’ 선보였다. 리뉴얼 된 공간은 빵의 역사를 체험할 수 있도록 고대 이집트에서 유래한 ‘고대밀’(품종 개량을 거치지 않은 원시 상태 밀)로 빵을 만들어 제공한다.

특히 건물 1층에서 곡선 계단을 따라 매장으로 들어서는 입구에 전통 제분 방식과 첨단 장비를 접목해 맞춤 제작한 ‘스톤 밀링 시스템’을 도입했다. 고대밀 원맥을 빻아 밀가루로 만들고 제빵사가 이를 반죽해서 빵을 구워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회사 측은 베이커리의 기본인 빵에 집중하는 열정과 의지를 전달하고자 했다고 리뉴얼 배경을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오프라인 공간이 없는 식품·소비재 기업일수록 브랜드를 알리는 플래그십스토어 운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한다. 온라인 판촉만으론 소비자의 관심을 붙들기 어려운데 현재 오프라인 유통 채널이 예전만큼 신제품을 알리는 마케팅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정연승 한국유통학회장(단국대 교수)은 “온라인 중심으로 바뀌는 시장에서 체험 공간은 마케팅과 새로운 신제품 테스트를 겸할 수 있고 고객과 접점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면서 “식품기업은 매출 면에서 볼 때 비효율적인 체험 공간을 공격적으로 확장할 수 없겠지만, 적게라도 운영해야 할 필요성은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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