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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지난해 8월 부처별 업무보고 이후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은 점이 고려됐다”며 “평창 동계올림픽과 남북대화 등 대통령이 집중해야 할 의제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무술년 새해 문 대통령의 최대 관심사는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다. 특히 북한의 참여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은 물론 북핵문제 해결의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도 강한 편이다. 그러나 지난해 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여파로 대통령 권한대행인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부처 업무보고를 주재한 것을 제외하고는 전례를 찾기 힘든 파격이다.
文대통령, 책임총리제 강조…“헌법에 보장된 총리 권한 보장하겠다”
역대 모든 대통령들은 대선후보 시절 이른바 ‘책임총리제’를 강조했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없애기 위해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겠다는 의지다. 헌법상 총리의 권한은 명확하다. 내각 통할권은 물론 장관 임명·제청권, 해임건의권 등을 행사할 수 있다. 다만 이는 명목상의 권한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인사권자인 대통령과의 관계가 변수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역대 국무총리 상당수는 얼굴마담에 불과한 ‘대독총리’라는 오명에 시달리기도 했다. 역대 정부에서 책임총리제와 가장 유사한 형태는 참여정부 시절 이해찬 전 국무총리였다. 이해찬 전 총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굳건한 신임 아래 사실상 내치를 전담했다. 국민의정부 시절 김종필 전 국무총리도 빼놓을 수 없다. DJP연합 정권의 공동주주였던 김 전 총리는 책임총리를 능가하는 막강 권한을 행사했다. 아울러 문민정부 시절 이회창 전 국무총리도 자주 거론된다. 다만 이 전 총리의 경우 이른바 ‘대쪽총리’로 여론의 지지를 받기도 했지만 총리권한을 둘러싼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갈등 속에서 중도하차했다. 이는 책임총리제 구현이 대통령의 의지에 달린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文대통령과 매주 월 오찬회동…실세총리로 국정장악력 강화
이 총리는 단순한 총리가 아니다. 기자 출신의 4선 의원으로 현역 시절 여야를 대표하는 명대변인으로 이름을 날린 정치인이다. 게다가 전남지사로 활동하며 행정경험까지 쌓은 풍부한 경륜도 강점이다. 지난해 9월 정기국회 대정부질문에서는 야당 의원들의 거친 공세에 막힘없는 사이다 답변으로 갓낙연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며 존재감을 과시하기도 했다. 새해 들어서도 70%대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문 대통령의 신임만 더해진다면 안정감을 갖춘 차기주자로 거론되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 더구나 문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이 총리 취임 이후 매주 월요일 비공개 오찬회동을 가지며 주요 국정현안을 함께 논의해왔다. 대통령과의 거리가 멀지 않는 실세 총리의 국정장악력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각 부처 장관과 고위 공무원들이 청와대만을 바라보기보다는 이 총리를 향해서도 안테나를 세우고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