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시계'' 대사기극… 발칵 뒤집힌 여의도

거론된 연예인 대부분 “산 적 없다”
15명중 3명 “협찬받아”… 與중진 부인 이름도
주부 등 일반인·해외교포 피해접수 잇따라


  • 등록 2006-08-10 오전 7:31:50

    수정 2006-08-10 오전 7:31:50

[조선일보 제공] 희대의 명품 시계 사기극으로 여의도가 발칵 뒤집혔다. 싸구려 시계를 ‘세계 1% 명품’으로 포장한 사기극에 걸려든 유명 연예인의 명단이 떠돌고 있고, 열린우리당 중진 의원의 부인 이름도 거론되고 있다.

본지가 입수한 명단의 대상자들과 통화를 시도한 결과, 거론되는 연예인 15명 가운데 3명은 시인했고, 2명은 “알 수 없다”고 답했다. 나머지 10명은 연락이 닿지 않거나, “사실무근”이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이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가짜 명품 브랜드인 ‘빈센트 앤 코’의 사무실과 매장 주변에선 “누가 와서 직접 구입하는 것을 보았다”는 증언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이번 사기극에는 연예인 이외에 주부 등 일반인 피해자도 상당수 있다. 미국 LA 등지의 해외교포 피해사례도 접수되는 등 사건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 연예인 3명, “협찬받았다”

지난 5월 신사동에 문을 연 ‘빈센트 앤 코’ 매장 주변의 직원들은 9일 기자에게 연예인의 이름을 줄줄 늘어놓았다. 주차대행 일을 하고 있는 A씨는 “운동선수 출신 개그맨 K씨가 가게에 두 번 왔다. 한 번은 매니저랑 오고, 또 한 번은 오락프로그램 인기 MC인 Y씨랑 함께 왔다”고 말했다.

이름이 거론된 두 연예인은 시계를 받았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K씨는 매니저를 통해 “우리는 산 게 아니고 선물을 받았다. 업체 사장이 아니라 잘 아는 형한테 선물을 받았다. 가짜인지, 진짜인지도 모르고 그저 선물 받은 것인데, 자꾸 이름이 오르내려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Y씨의 매니저도 “산 게 아니라 협찬 받은 것이다.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이렇게 물어보는데 아니라고 할 수도 없지 않으냐. 누가 직접 줬는지 모르겠다. 아는 사람한테 받았다”고 말했다.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연예인 가운데 일본에서 인기있는 여배우의 한 측근도 “산 적은 없고, 협찬 받은 걸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 대부분 연예인들은 강하게 부인

여의도 정가에서는 이날 하루 종일 “가짜 명품시계를 구입한 정치인의 아내가 누구냐”가 가는 곳마다 화제였다.

이름이 거명된 여당 중진의원 부인 C씨에 대해서는 주변의 전언과 본인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 신사동 매장 주변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C씨가 7월 초에 두 번 정도 온 걸 봤다. 검은색 체어맨 승용차였고, 운전기사가 차를 몰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C씨는 본지의 확인 요청에 “그런 일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다이어트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여성탤런트 H씨의 매니저는 “H씨가 외국에 행사 때문에 나가 있어 잘 모르겠다. 회사로서는 개인적인 입장에서 협찬을 받았는지 여부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사기극의 주인공 ‘빈센트 앤 코’ 사장 이모(42)씨가 손님을 끌기 위해 “인기 여성탤런트 K씨도 차고 다닌 시계”라고 홍보했던 K씨측은 “산 적이 없을 뿐더러 협찬도 받은 바 없다. K씨는 아예 시계를 차고 다니지 않는다. 그 업체에서 카탈로그를 만들 때 멋대로 연예인 20~30명의 사진을 넣을 때 함께 들어가 거론되는 것 같다”고 했다.

고급 가전 제품 광고에 등장하는 여성탤런트 L씨의 매니저는 “원래 명품 시계를 구입하지 않는다. 그 시계를 찬 적도 없다.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말조차 신문에 안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연예인들이 구입하거나 협찬 받은 시계는 대부분 580만원짜리라고 밝혔다. 이 시계의 원가는 20만~30만원 선이다.

희대의 사기극을 벌인 이씨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유명 연예인들이 올 때면 직접 매장을 찾아 안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사동 매장은 경찰의 본격 수사가 시작된 7월 말부터 ‘내부수리중’이라는 푯말을 내걸고 문을 닫고 있다.

◆ 해외교포도 피해

일반인 피해자도 늘고 있다. 경찰은 ‘빈센트 앤 코’ 장부에 적힌 연예인 15명을 제외한 나머지 절반 정도는 옷가게를 운영하는 20대 후반 여성, 주부 등이라고 밝히고 있다. 사건이 보도된 직후인 9일 오전엔 미국 LA에서 “나도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신고전화가 경찰로 걸려왔다. ‘빈센트 앤 코’ 사장이 홍콩과 미국에 유령회사를 차려놓고, 일본 지사 설립도 추진했기 때문에 교포를 상대로 개인적으로 시계를 판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가짜 명품 시계를 속아서 산 피해자들은 소송을 통해 부분적으로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 피의자 이씨는 사기라는 불법행위를 통해 부당하게 이익을 챙긴 것이므로 피해자들은 부당이득반환청구권 또는 손해배상청구권을 갖는다. 그러나 연예인 등은 구매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어 실제로 돈을 돌려받으려 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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