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개선 요구에 '적자 늪' 허우적…한샘 어쩌나

1분기 실적 먹구름…일부 증권사 200억 적자 전망
부동산 경기침체 장기화에 매출 감소…판관비는↑
향후 전망도 안갯속…대다수 증권사 '중립'
지배주주 자사주 남용 논란도 투심 짓눌러
  • 등록 2023-04-14 오전 5:30:00

    수정 2023-04-14 오전 5:30:00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부동산 경기침체가 길어지면서 한샘 투자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주택 거래량 감소와 판관비 증가로 1분기 영업손실 규모가 200억원대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공개매수를 통해 자사주 일부를 대주주에게 처분하며 지배주주의 자사주 남용 논란도 불거져 당분간 투자심리 회복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샘 플래그샵 부산 센텀점 전경(사진=한샘)
13일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한샘의 올 1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영업손실 13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적자전환할 것으로 추정됐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4827억원으로 9.22%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달 전 영업손실 추정치는 95억원으로 100억원대를 밑돌았으나 최근에는 실적이 더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일부 증권사는 적자 규모가 200억원대를 돌파할 것으로 봤다.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은 1분기에만 210억원, 211억원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했고, 이베스트투자증권 역시 17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203억원 적자)과 맞먹는 규모다. 한샘은 지난해 3·4분기 연이은 영업손실로 상장 이후 첫 연간 적자를 기록했다.

3분기 연속 적자의 늪에 빠진 것은 핵심 전방 지표가 부진에 빠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올해 2월 누적 주택 거래량은 12만771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6.4% 급감했다. 부동산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 내구재 소비 감소가 맞물리면서 전체 실적을 끌어내렸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높은 가격에 구매한 상품 재고를 최종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전가하지 못해 마진이 감소했고, 광고와 판매촉진비 지출 부담이 여전히 높아 1분기 적자폭이 작년 4분기에 비해 더 확대될 것”이라고 짚었다.

문제는 향후 실적 전망도 안갯속이라는 점이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이후 서울지역 주택 거래량이 서서히 회복되고 있지만, 지난해 말부터 나온 급매물이 소진된 영향도 크기 때문에 회복을 낙관하기엔 이르다는 지적이다.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서울과 비수도권 간 온도차도 극명하게 갈리고 있어 당분간 실적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이유로 증권가에서는 한샘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유지했다. 매도 의견이 드문 국내 증권가에서 중립은 단기적인 주가 회복이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사실상 중립이 ‘매도’ 의견으로 받아들여진다.

지배주주의 자사주 남용 논란도 투심을 짓누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샘 주가는 지난 달 초 대비 6.54% 하락했다. 한샘 주가는 대주주인 사모펀드 IMM PE가 지난 달 2일 주식 공개매수를 공시하자 장중 5만4700원까지 치솟은 뒤 내리막을 타고 있다.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가 공개매수의 명분이었지만 공개매수에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가 포함된 게 문제가 됐다. 앞서 한샘은 지난해 1~6월 사이 세 차례에 걸쳐 1802억원을 들여 자사주 140만주를 매입했다. 당시 평균 매수 단가는 약 7만7000원이다. 공개매수 주당 가격 5만5000원인 점을 고려하면, 대주주의 의도와 상관없이 싸게 파는 모양새가 됐다. 더구나 자사주가 소각되지 않고, 대주주에게 넘어가 배당금을 지급해야 할 뿐만 아니라 향후 시장에 풀릴 가능성도 있다. 개인 투자자들의 불만이 거센 이유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주택 거래 시장의 침체기로 향후 실적이 정상화되는 데 상당 부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어려운 환경에서는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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