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현대워크아웃, 압박인가 대안인가

  • 등록 2000-08-06 오후 7:13:39

    수정 2000-08-06 오후 7:13:39

정부가 현대의 강도높은 추가자구를 압박하는 카드로 현대건설의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를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강하게 흘리고 있다. 정부는 무슨 생각으로 현대건설을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넣겠다는 것인지, 정부생각이 그렇다면 과연 현대건설의 워크아웃 또는 법정관리가 가능한 대안인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워크아웃-법정관리 론(論)의 배경 = 현대가 정부와 채권단, 시장의 요구를 끝까지 무시하고 국가경제를 볼모로 버티기를 계속한다면 마지막 수단으로 정해진 법과 제도에 따라 물리적으로 문제를 풀겠다는 것이 워크아웃론의 배경이다. 7월말 다시 불거진 현대사태의 불씨는 현대건설의 유동성 문제였고 정부는 관치의 비난을 감수하고서 다시 한번 은행장 회의를 통해 급한 불을 꺼줬다. 유동성 위기라는 급한 불길을 잡은 정부는 앞으로 이같은 유동성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강도높은 추가 자구계획을 현대측에 요구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드러난 정부요구의 골자는 정주영 전명예회장과 정몽헌회장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을 은행에 매각하든지 아니면 매각을 조건으로 채권단에 맡기는 방식으로 현대건설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 현대측이 그룹 및 현대건설 보유의 유가증권이나 부동산 매각 등의 자구를 방안을 내놓았지만 실현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데다 언제 실현될지도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보다 확실한 오너 주식매각으로 문제를 풀라는 요구였다. 오너의 주식매각은 계열사간에 얽히고 설킨 지분을 정리하는데도 도움이 돼 계열분리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판단도 한몫을 했다. 범주는 다르지만 정주영 전명예회장이 보유한 자동차 지분정리도 결국은 오너의 지분매각에 포함될 수 있다. 현대는 이에 대해 오너의 사재출연식 자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금감위가 채권단을 통해 지난 4일 이같은 방침을 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는 오너의 계열사 지분매각에 대해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이에 따라 6일로 예정됐던 자구계획 발표도 늦춰졌다. 금감위에서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얘기가 본격적으로 흘러나온 것은 지난 4일이후. 현대가 자구계획을 제출하려는 상황에서 보다 강도높은 압박카드가 필요했던 상황이었고 현대가 계속 버틸 경우에 대비해 정부의 확실한 대안이 있어야 한다는 현실론도 작용을 한 것으로 보인다. △워크아웃-법정관리 무엇을 노리나 = 채권단과 시장이 요구하는 사항을 현대가 내놓지 않으면 정부가 강제로 내놓게 할 수도 있다는 의지를 현대측에 전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의 결과에 대해서는 현대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워크아웃에 들어갈 경우 채권단의 출자전환에 따른 기존 경영진의 경영권 박탈, 채권단의 경영 및 자금관리, 특별감리 등을 통한 오너와 경영진의 민형사상 책임추궁 등이 이어지게 된다. 현대건설경우 그룹의 모회사로서 계열사 지분을 상당수 갖고 있어 채권단이 현대건설 경영권을 장악할 경우 계열사 지분정리와 소그룹화가 보다 수월해지고 이는 현대가 우려하는 그룹해체를 가속화시킬 전망이다. 현대가 그룹내부 사정때문에 끝까지 풀기 어려운 가신 경영진의 퇴진이나 정씨 3부자의 실질적 퇴진도 채권단의 채무재조정이나 자금지원을 전제로 한 퇴진요구로 지금보다 손쉽게 해결책을 찾을 수 있게 된다. 회사만 놓고 볼 때 현대건설경우 워크아웃을 적용해도 할 말은 없는 상황이다. 7월말에 돌아온 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에 몰렸고 은행권이 회사채와 CP 전액을 만기연장하고 자금회수 자제를 결의하지 않았다면 부도까지 예상됐던 회사였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독자생존이 가능하지만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에 몰린 기업으로 채권단 75%의 동의로 채권금융기관들이 주도해 경영정상화를 도모할 수 있는 회사라는 점은 이미 입증된 상태다. 따라서 정부는 만에 하나 현대가 요구사항을 무시하고 계속 버티기를 할 경우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를 통해 물리적으로 환부를 도려내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워크아웃-법정관리 실현될까 =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워크아웃에 착수할 경우 파장이 너무 크다는 점을 정부는 대우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금융권에 수많은 공적자금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권 부실은 여전히 산더미처럼 쌓여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추가 공적자금 얘기가 나오는 주요인은 예기치 않았던 대우의 워크아웃이었다. 대우의 워크아웃으로 금융권 부실은 다시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이로 인해 금융기관과 협력업체는 물론 국가경제 전반이 휘청거렸다. 대우차의 매각과 대우 해외채권의 매입 등으로 겨우 대우의 파장이 가라앉는 분위기에서 현대를 워크아웃에 넣어 대혼란을 자초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 워크아웃 불가론의 가장 큰 이유다. 국내 건설업체 도급 1순위인 현대건설의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는 채권금융기관 뿐만 아니라 협력업체와 국내 건설업계에 미칠 파장을 감수해야만 선택이 가능한 카드다. 역설적으로 현대도 이같은 사정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섣불리 손을 대기 힘들다는 판단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워크아웃의 경우 이미 용도폐기가 결정된 제도라는 것도 회의적인 시각의 배경이다. 각종 문제점이 있어서 사전조정에 의한 법정관리로 대체하기로 한 마당에 현대같은 덩치 큰 기업을 다시 워크아웃에 추가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그렇다고 워크아웃을 대체할 법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마냥 시간만 끄는 법정관리에 현대를 집어넣기도 힘든 상황이다. 현대건설 하나만 워크아웃에 넣을 수도 있지만 현대의 지분문제나 자금관계로 볼 때 현대건설의 워크아웃이 건설만으로 끝날지는 의문이다. 정부 내부상황도 그렇게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지는 않다. 지난주 계속 이어진 개각논의와 휴가일정 때문인지 과거 대우 워크아웃에서 보듯 정부내에 팀이 구성돼 호텔에서 며칠밤을 지새며 워크아웃 방안과 후속대책을 마련하던 분위기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워크아웃-법정관리 단순한 압박용인가 = 단정지어 말하기는 힘들지만 정부의 의지에 따라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도 없다. 현대가 끝까지 버틸 경우 시장안정이나 2단계 기업구조조정 등을 감안할 때 정부가 현대를 그냥 내버려두기는 힘들 것으로 보이고 이 경우 대안의 하나로는 충분히 논의될 수 있는 부분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현대에 대해 쓸 수 있는 카드는 먼저 채권단을 통한 금융제재가 있을 수 있다. 현대건설이 금융제재 이전에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고, 다른 우량 계열사들로부터 자금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현 상황으로 볼 때 현대건설에 대한 금융제재는 곧바로 부도위기로 이어지고 이는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로 귀결될 공산이 크다. 이밖에 채권단을 동원한 카드로는 최근 외환은행이 밝힌 것처럼 재무구조개선약정의 다시 체결해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압박하는 방안도 모색될 수 있다. 정부가 보다 확실한 재벌개혁을 추진하고 이 과정에서 무리를 해서라도 공적자금을 더 쓸 용의가 있다면 워크아웃은 전혀 불가능한 선택은 아니다. 정부는 최근 경제장관간담회를 통해 재벌개혁 및 2단계 기업구조조정에 대한 청사진을 그려놓은 상태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번에 현대에 밀릴 경우 현 정권 집권 후반기의 기업개혁이 정부 의도대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판단도 강경론에 한몫을 하고 있다. 개각과 관련, 재벌개혁에 보다 강한 의지를 가진 경제팀이 들어서고 신속한 절차를 담보하는 사정조정제도가 국회를 통해 마련될 경우 당장은 아니지만 현대건설을 시범케이스에 넣을 가능성을 전혀 배제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정부가 현대압박에 쓸 수 있는 또 하나의 카드는 대북창구에서 현대를 배제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는 실제로 현대가 우려하는 압박카드중 하나로 고도의 정책적인 판단과 함께 국내에서 현대를 대신할 대안이 있어야 하고 북한의 사정도 감안해야 한다는 점이 변수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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