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월 한국과 일본의 엇갈린 관광수지 성적표다. 한국은 관광수지 적자의 늪에 빠진 반면 일본은 흑자 기조를 회복하며 상반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대로라면 한국은 당초 기대했던 엔데믹 특수는커녕 코로나19 이전보다 더 심각한 관광수지 불균형 사태를 맞게 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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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 1월 한국의 관광수지는 11억 5800만 달러(약 1조 5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불과 1년 만에 적자 규모가 5배 가까이 불어났다. 지난 2000년(2억9760만달러 적자) 이후 지난해까지 22년째 관광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관광수지 적자 신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들어 적자 규모는 더 커졌다. 한국관광 데이터랩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관광수지 적자는 52억 9000만 달러로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43억 2800만달러) 대비 22% 증가했다.
관광시장 열리자마자 뛰어가는 日
경쟁국인 일본은 한국과 정반대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올 1월까지 1년 전보다 14배 급증한 1779억엔(1조 7539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해외 입국자에 대한 방역 규제 해제 이후 넉 달 연속 관광수지 흑자 행진을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이 기간 누적 흑자 규모만 50억900만엔(약 498억원)에 달한다.
일본의 관광수지 흑자의 원인은 외국인 관광객이 이끌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월평균 방일 외국인 관광객이 150만에 육박하고 있다. 1월엔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55.7%에 해당하는 149만 7300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일본을 찾았다. 2월에도 147만 5300명 외국인 관광객이 방문해 56.6%의 회복률을 기록했다. 지난 1월 43만 4429명, 2월 47만 9248명 외국인 관광객이 찾아 회복율이 30% 수준에 머물고 있는 우리와는 매우 대조적인 분위기다.
“한국만의 장점을 살려야”
일본은 관광 패러다임을 ‘양’보다 ‘질’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할 만큼 자신감이 붙은 상태다. 일본 정부는 최근 2025년까지 외국인 1인당 목표 소비액을 2019년 대비 25.8% 증가한 20만엔(약 20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2025년까지 연간 외국인 관광객 지출액을 5조엔(약 48조원)까지 늘리겠다는 야심찬 목표도 내걸었다. 한일 양국 모두 외래 관광시장 활성화를 위한 목표치를 구체적인 수치로 설정했지만 구체성과 전략에서 일본이 한발 앞서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은 지난 1월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 열린 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 올해와 내년을 ‘한국방문의 해’로 정하고 외래 관광객 3000만명 유치를 목표로 제시했다.
장수청 야놀자리서치 원장(美 퍼듀대 교수)은 “각기 다른 관광산업 인프라와 경쟁력 수준을 감안할 때 한일 양국을 단순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면서 “관광수지 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단순 관광객 숫자만 늘리는 전통 방식의 관광 활성화에서 벗어나 한국이 강점을 지닌 정보기술(IT), 디지털 인프라 등을 활용한 관광의 고부가가치화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