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대 땅싸움` 서울대가 세냐, 국방부가 세냐

  • 등록 2008-06-06 오전 9:47:29

    수정 2008-06-06 오전 9:47:29

[조선일보 제공] 서울대와 국방부가 서울 시내 시가 1조원대의 '금싸라기' 땅을 놓고 소유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다른 국가 기관들의 이해관계까지 맞물려 복잡해지고 있다.

문제의 땅은 서울 중구 을지로 5가 40번지 일대의 총 4만2614㎡(약 1만2890평) 규모의 부지다. 주변엔 청계천과 동대문시장, 국립의료원 등이 있다. 현재 미군 극동사령부 공병단이 주둔해 있는 이 곳은 공시지가로는 3443억원(2007년 기준) 정도이지만, 개발될 경우 시가 1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땅에 대해 서울대와 교육과학기술부, 서울특별시는 "청계천 주변에 미래성장동력인 문화·예술·교육시설을 유치해야 한다"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고, 국방부와 기획재정부는 "주상복합단지 분양을 통해 미군기지 이전 비용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을지로 땅을 두고 '5자 대면'

이 땅의 등기부등본상 등기권자는 '국가'다. 국유재산법상 이 땅은 '총괄청=기획재정부(즉 국가 소유)', '관리청=옛 문교부(현 교과부)'로 되어 있다.

서울대 사범대학 부속초등학교가 사용하던 땅을 1951년 5월 한국전쟁 당시 국방부가 징발했고, 이후 미군이 계속 사용하고 있다. 서울대나 국방부나 모두 '연고(緣故)'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먼저 '행동'에 들어간 쪽은 국방부였다. 국방부는 지난해 12월 법제처에 "한국전쟁 당시 징발했던 재산을 현재까지 국방부가 쓰고 있다면 이는 누구의 재산인가"라는 법령해석을 요청했다. 법제처는 "국방부 소유로 보는 것이 맞다"고 해석했다.

국방부는 이 땅을 매각해 미군 용산기지를 평택으로 이전하는 데 드는 비용 약 5조5905억원(국방부 추산) 중 일부를 해결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자 서울대가 반격에 나섰다. 서울대는 지난 4월 서울대병원과 연건캠퍼스(의·치대 및 간호대)와 가까운 이 땅에 대규모 연구공원을 만들겠다는 '인간생명과학연구단지 조성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서울대는 또 최근 국내 4대 로펌(광장, 태평양, 화우, 세종)에 을지로 땅 소유권에 대한 법률자문을 의뢰했다. 서울대측은 "4대 로펌으로부터 '서울대가 유리하다'는 의견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동시에 김앤장 출신인 서울법대 교수도 "을지로 땅은 서울대 소유라는 법률적 판단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국내 5대 로펌이 모두 서울대 주장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국방부는 서울대 대신 당초 이 땅의 원소유주인 교과부와 협의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성과가 없자, 지난 5월 15일 기획재정부에 이 땅에 대한 '재정신청'을 했다. 재정신청이란 양 당사자 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강제조정을 요청하는 것이다.

서울대도 법제처에 법령해석을 요청한다는 방침을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다. '징발법에 따라 징발한 후 돌려주지 않은 재산에 대한 처분이 기획재정부 전결로 가능한 것인가' '지난해 법제처 법령해석을 을지로 땅에 직접 적용하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내용이 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 국가 기관들도 각각 서울대와 국방부의 편에 서면서, '땅 싸움 전선'은 확대양상이다.

우선 교과부는 '당연히 서울대 재산'이라는 쪽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그래도 서울대니까 (국방부에 땅을) 안 뺏기고 이렇게 버텼지, 다른 곳 같았으면 진작에 뺏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에는 교과부 내에서 을지로 땅을 서울대에 찾아주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교과부 국유재산 관리부서는 지난 5월 7일 을지로 땅 관련 '서울대·국방부 간 미군 징발재산 분쟁현황 보고서'를 작성, 이를 청와대에 보고했다. 보고서에서 교과부는 "정부, 서울시 등을 상대로 서울 도심 부지 활용의 유용성과 징발재산 반환의 필요성을 적극 설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도 서울대 편에 가깝다. 청계천 주변에 국방부 계획대로 대규모 주상복합단지가 들어오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시는 청계천과 인접한 이 땅 주변 중심으로 '도심재창조 프로젝트'를 발표한 바 있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 교육·문화 시설을 유치하겠다는 서울시 입장과 서울대 '인간생명과학연구단지 조성계획' 내용과는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있진 않은 상태다. 하지만 재정부 관계자는 "이 땅이 국방부로 가지 않으면 미군이전 비용 관련 예산을 다시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그냥 국방부 뜻대로 되었으면 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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