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상 이 작품] 동양화와 몸짓의 조화

-심사위원 리뷰
순헌무용단 '공감'
전통의 가치 위에 현대의 혁신 입힌 무대
만물과 동화된 아름다운 한국춤 선보여
  • 등록 2014-10-27 오전 6:40:00

    수정 2014-10-27 오전 6:40:00

순헌무용단 ‘공감’ 한 장면(사진=순헌무용단).


[이지원 춤평론가] 지난 16일부터 나흘간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순헌무용단의 기획공연이 이뤄졌다. 2005년 창단한 순헌무용단은 조선시대 고종황실의 순헌황귀비의 뜻을 이어 민족적 자취를 계승하는 동시에 새로움이라는 도전정신으로 한국의 몸짓을 창출해 나가고 있다. 최근 한민족의 역사를 드라마틱한 거대 서사시로 재해석한 ‘물빛이 하늘빛을 담을제’는 서울무용제에서 우수상을 수상했고 뉴욕·프랑스·독일 등 세계적인 무대에 초청된 작품들은 한류의 열풍을 잇는다는 호평을 얻은 바 있다.

이번 공연은 지난해 관객평가 1위를 차지했던 ‘한지 위에 우리춤’을 ‘공감’이라는 타이틀로 새롭게 재구성한 무대였다. 융합프로젝트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오감을 자극하며 회화와 음악, 춤을 더해 한국 고유의 정취와 향취를 정제화된 무대로 마련했다. 타악그룹 진명의 생명을 일깨우는 소리가 화가 고정두의 화폭과 만났고 차수정을 선두로 한 무용수들은 완벽한 호흡과 질서감을 선보였다. 무대 위 하얀 도화지에는 시간과 함께 매·난·국·죽·월 등이 생성되었고 유유한 붓감은 색으로 채워져 무용수의 몸짓으로 투사되었다. 인고의 훈련을 짐작할 수 있는 무대는 전통이라는 무게감과 속도감을 재인식하며 만물과 동화된 한국춤의 아름다움을 경험할 수 있는 장으로 이끌었다.

자연과의 소통은 차수정의 사유이자 구성방식이다. 도가의 눈으로 차별이 아닌 전체를 보고 이해하는 넉넉함을 기본으로 한다. 왕비와 같은 품격과 동시에 우리 아낙네와 같은 소박함이 공존하고, 죽은 넋에 대한 애달픔으로 통회하지만 더불어 삶의 희망을 몸으로 그려내는 강인함이 있다. 춤사위도 마찬가지이다. 손끝의 맺고 푸는 분절적 섬세함, 내적 응축을 강조하기보다는 팔 전체에서 기인하는 탄력, 뻗쳐 나가는 발산적 에너지로 우주를 품고 있다. 그녀의 춤은 고전에 관한 독법과 지혜가 어우러져 관객이 공감할 지점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영민함이 돋보인다.

어느새 한국춤은 ‘국제화 시대에 걸맞은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고유의 정체성은 사라진 채 새로움이라는 설득으로 도전해 나아가고 있다. 차수정은 한국춤의 현대화라는 의미를 이해하고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망각할지 알고 있다. 그녀의 선택과 집중력은 ‘이천합천’(以天合天)으로 이어져 장자의 소유편에 등장하는 ‘아무것에도 의존하지 않는 자유로움의 경지’로 무대를 완성했다. 이것은 한국춤에 관한 지적 유산에 공감하고 분별하는 눈이 있기에 가능했다. 한 마리의 나비가 가슴 속에 들어왔다가 다시 날갯짓하며 무대로 날아가 무용수의 몸짓이 되어버린 가슴 벅차고 자랑스러운 한국춤의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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