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염지현 기자] 최근 너도나도 뛰어드는 사업이 있다. 바로 화장품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등록된 화장품 제조판매업체는 4853개에 이른다. 2013년 3884개에서 1년 만에 1000여개가 늘어났다. 하루 사이에 2~3개의 화장품 제조판매업체가 생긴 셈이다.
이토록 화장품 업체가 급증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중화권을 강타한 ‘K-뷰티’ 열풍으로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가 업계 큰 손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이 한국 화장품에 열광하자 식품, 소프트웨어 제조업체, 보석, 패션, 엔터테인먼트사 등 종목을 불문하고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승승장구하던 화장품 업계에 최근 검은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중국 정부가 내수를 부양하기 위해 ‘따이공(帶工)’, 바로 보따리상을 규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따이공은 국내 중소형 화장품 업체들의 핵심적인 유통 채널 역할을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이공을 통하면 정식으로 위생허가를 취득하거나 마케팅, 유통망 확보에 돈을 들일 필요가 없어 국내 업체로서도 이득이었다. 그러나 최근 중국 정부가 이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로 인해 앞으로는 이 같은 특수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이젠 꾸준한 연구 개발로 기술력을 갖춘 곳만이 중국 정부의 규제에 맞설 수 있다. 탄탄한 기술력이 뒷받침되어야 중국의 까다로운 위생 허가를 통과할 수도 있고, 빠르게 변화하는 중국 소비자들의 취향도 잡을 수 있다. 업계에선 벌써 중국 소비자들의 관심이 기초화장품에서 색조로, 얼굴에서 모발로 넘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이런 트렌드를 빨리 잡아내고 발 빠르게 물건을 생산할 수 있는 곳은 꾸준한 소비자 조사를 벌이면서 현지 소비자들에게 맞춤형으로 물건을 제작할 수 있는 기업이다.
그러나 국내 화장품 업체 중 이 같은 기술력을 갖춘 곳은 몇 되지 않는다. 대부분이 자체 생산시설에서 제품을 직접 만들지 않고,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 업체에 제품을 발주한 뒤 물건을 받아 파는 ‘제조판매업체’이기 때문이다. 규제는 까다로워지고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는데 ‘무늬만 화장품’인 기업이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