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그릇에 1만5천원…복날이면 뭐해, 삼계탕 아니고 금계탕인데”

초복 하루 전, 삼계탕가게들 둘러보니
“너무 비싸, 복날 아니면 안 먹어”…반계탕으로 ‘위안’도
가게 주인들 “손님 1/3 토막 났다” 울상
서울 평균 삼계탕가격 1만6000원 넘어
  • 등록 2023-07-11 오전 6:00:00

    수정 2023-07-11 오전 6:00:00

[이데일리 황병서·김영은 기자] “복날이니까 사 먹긴 하는데 가격이 너무 많이 올랐어요. 이젠 서민 보양식이라고 부를 수 없을 것 같아요.”

초복(初伏) 전날인 10일 점심 무렵 서울 강남구의 A삼계탕 가게. 서초구 주민인 신모(68)씨는 단골인 이 곳을 지인 두 명과 찾았다. 8년째 복날이면 이 가게를 찾고 있지만, 급격하게 오른 삼계탕 가격에 그는 점점 오기가 망설여진다고 했다. 신씨는 “가게에 처음 올 때만 해도 삼계탕 한그릇에 1만원이었는데 지금은 1만5000원”이라며 “한 끼에 너무 큰 비용이 나가서 부담스럽다”고 했다.

초복을 하루 앞둔 10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강남구의 한 삼계탕 가게는 몸보신을 위해 찾은 손님들로 가득찼다.(사진=황병서 기자)
올해 유난히 빠르게 찾아온 무더위에 ‘보신’을 원하는 이들이 적지 않지만, 고물가 속에 국민 보양식인 삼계탕 가격도 껑충 뛰면서 부담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많다. ‘삼계탕 아닌 금계탕’이라 부를 정도지만, 삼계탕을 대체할 만한 저렴한 보신음식도 없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삼계탕 집을 찾는 이들도 있었다.

이날 점심시간, 서울 마포구의 B삼계탕 가게를 찾은 40대 회사원 이문규씨는 “월급은 안 올랐는데 삼계탕 한 그릇에 1만6000원하는 걸 보면 정말 부담스럽다”며 “회사에서 복날을 기념해 단체로 오자고 해서 왔지, 복날도 아니고 동료도 없었으면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직장인 장누리(28)씨도 “곧 2만원이 될 것 같다”이라면서 “저 같은 경우엔 복날 같은 특별한 날에만 삼계탕을 먹으니까 먹으러 온 거지, 다른 때엔 사 먹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직장인들이 비싼 값에 고육지책으로 택하는 건 ‘반계탕’. 여의도에서 회사를 다니는 유모(34)씨는 “냉면이 한 그릇에 1만원하는 것도 놀라운데 삼계탕이 1만6000원 하는 걸 보고 진짜 고물가 시대란 걸 느꼈다”며 “그래도 복날이니까 동료랑 내일 1만원짜리 반계탕을 먹기로 했다”고 말했다. 광화문에서 일하는 이모(41)씨도 “요새는 반계탕 파는 집도 별로 없어서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 찾았다”며 “아쉽긴 해도 복날 기분낼 겸 반마리라도 먹을 생각”이라고 웃었다.

삼계탕 값이 오른 건 주재료인 닭고기가격의 오름세 영향이 크다. 육계협회 따르면 삼계탕에 쓰이는 45~55호 생닭 가격은 이날 기준 1마리에 3680원이다. 이는 지난달 말 기준인 3180원과 비교하면 15.7%, 지난해 같은 기간의 3380원에 비하면 8.8% 올랐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닭고기 소매가격은 지난 7일 기준 kg당 6364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기준 5682원보다 12% 비싸다. 도매가격 역시 kg당 4262원으로 1년 전 3901원과 비교해 9.2% 올랐다.

생닭 외 다른 재료비와 인건비 인상 분까지 더해지면서 삼계탕 가격이 뛴 건 당연지사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서울 지역의 삼계탕 가격은 지난 5월 기준 1만6423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만4577원보다 12% 올랐다.

초복을 하루 앞두고 서울 마포구의 직장인들이 몸보신을 위해 삼계탕 가게를 찾고 있다.(사진=김영은 기자)
식재료 가격이 음식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는 건 삼계탕가게 주인들에게도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손님들의 발길이 끊어질 수 있어서다. 실제로 올해는 작년보다 손님이 적다는 하소연들이 나왔다.

B삼계탕 가게를 5년째 운영 중인 50대 김모씨는 “복날 전날인데, 점심 피크 시간대를 기준으로 보면 가게 손님이 지난해보다 10분의 1 수준”이라며 “고물가에 손님들도 씀씀이를 줄여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가게들은 삼계탕 한 그릇에 1만8000원인데 우리는 1만6000원”이라며 “재료비가 올라서 작년보다 1000원 올렸지만, 손님이 끊길까 봐 더 올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인근에서 23년째 C삼계탕집을 운영 중인 이모씨는 “삼계탕 한그릇 값을 지난해 1000원 올려서 1만5000원 받는데, 손님들이 이것도 비싸다고 한다”며 “원래 복날 즈음엔 손님들이 꽉 찼는데 오늘은 3분의 1 정도만 찼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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