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하상렬 유준하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현 수준(연 3.5%)으로 6회 연속 동결한 19일 채권시장은 일제히 약세(금리 상승)를 보였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기자회견에서 밝힌 물가 전망 상향 조정 시사 등을 근거로 시장은 이번 금통위 결과를 ‘매파’(긴축 선호)적으로 해석한 까닭이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10월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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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시장에 따르면 이날 국고채 금리는 장단기물을 가리지 않고 일제히 상승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일대비 3.9bp(1bp=0.01%포인트) 상승한 4.070%로 마감했다. 3년물 금리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이 공개되고 이 총재의 기자회견이 시작되자 장중 4.103%까지 오르며 상승폭을 키웠지만, 점차 그 폭을 좁혔다. 5년물은 6.3bp 오른 4.214%를 기록했다.
단기물 대비 장기물의 상승폭이 컸다. 아시아 장에서의 미국채 영향을 받아 상승폭을 키웠다. 10년물 금리는 7.5bp 오른 4.362%를 기록, 지난 4일 기록한 연고점(4.351%)을 경신했다. 10년물은 장중 4.399%까지 튀어오르기도 했다. 20년물과 30년물은 각각 7.7bp, 7.5bp 오른 4.305%, 4.279%에 거래를 마쳤다.
이 총재의 메시지가 매파적이라는 평가가 국채 금리 상승세를 이끌었다. 이 총재는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물가 목표치(2%) 접근 속도가 둔화될 것”이라며 “높아진 국제유가와 환율의 파급영향,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등으로 물가의 상방 리스크가 높아짐에 따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수준으로 수렴하는 시기도 당초 예상보다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권기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물가 전망이 지정학적 우려와 그에 따른 유가 상승 우려 장기화 가능성을 반영하면서 상향 조정할 것을 암시했다”면서 “이스라엘·하마스 무력충돌 사태가 한은의 전망에 있어 새로운 변수로 떠올라 향후 물가와 금리의 상방 리스크가 커졌다”고 평가했다.
다만 장기물 금리는 이날 금통위보단 미국채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 총재가 “미국 중립금리는 오르는데 한국은 다르다”며 미국채 장기물 금리에 우리나라 장기물 금리가 동조화하는 상황을 우려했다. 하지만 시장은 앞으로도 미국 금리 동조화 추세가 이어지고, 글로벌 금리 상승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위원은 “과거에도 한국 금리는 미국을 따라갔다”면서 “향후 미국 금리 동조화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 운용사 채권 운용역은 “시장에 글로벌 금리 상승을 멈출 만한 재료가 부재한 상황”이라며 “당분간 미국을 따라가는 움직임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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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349.6원)보다 7.8원 급등한 1357.4원에 마감했다. 이 총재는 환율과 관련해 “환율 (상승)이 가속화하고 있지 않다”며, 미국과의 금리차만으로는 환율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