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박근혜정부가 드라이브를 거는 ‘명문장수기업’ 제도가 새로 공포된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에서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명문장수기업에 대한 정의를 담은 상속세·증여세법 개정안(상증세법)이 돌연 부결되면서 법간 충돌 문제로 막판 수정된 것이다.
정부·여당은 세제 등의 혜택을 통한 ‘200년 가는 장수기업’을 다시 띄운다는 방침이지만, 야당의 반대가 만만치않아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국회, 공포 조특법에 ‘명문장수기업’ 규정 삭제
26일 국회와 정부 관보 등에 따르면 지난 23일 공포된 조특법 제30조6항에는 국회 본회의 의결 당시 명시됐던 명문장수기업 규정이 자구수정 과정에서 빠졌다.
이번달 초 국회 표결을 거친 조특법에는 명문장수기업의 증여세 과세가액을 200억원 한도로 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명문장수기업의 근거가 되는 상증세법(제18조2항)의 처리가 그 전제였다. 그런데 예상을 깨고 상증세법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조특법의 수정도 불가피했다. 당초 상증세법에는 명문장수기업을 두고 피상속인과 상속인이 30년 이상 경영한 기업 등의 정의가 담겨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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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장수기업 확인제도 도입 등을 명시한 중소기업진흥법 개정안(이진복 새누리당 의원안)도 국회 산업위에서 거의 논의되지 않았다. 이진복 의원 측은 “여야가 내년부터 심사해보자는 선에서만 논의가 됐다”고 말했다.
명문장수기업은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강조한 중소·중견기업 정책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7월 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견련) 출범식에서 “가업이 원활하게 상속돼 100년, 200년을 이어가는 명문장수기업이 많이 나올 수 있는 지원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의 상증세법·조특법과 이진복 의원의 중기진흥법도 박 대통령의 발언 직후인 지난 9월 잇따라 발의됐다.
또다른 산업위 관계자는 “정부는 세 법을 함께 처리하고자 했지만 여의치않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히든챔피언’ 등의 정책도 일정부분 차질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중견련 같은 민간에서는 지난 9월부터 명문장수기업센터 등을 출범시켰지만, 그 법적 정의는 여전히 모호한 상태로 남게 됐다.
여권은 명문장수기업에 대한 입법화를 다시 추진할 계획이다. 부결됐던 상증세법의 입법을 다시 추진하면서다. 명문장수기업 등을 대상으로 가업상속공제 한도를 현행 500억원에서 1000억원까지 확대하겠다는 당초 내용도 포함될 게 유력하다.
다만 실제 입법이 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야당이 상증세법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 관계자는 “최근 부결된 내용을 다시 처리하려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상증세법이 논의되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 세법 심사의 후유증으로 ‘개점휴업’ 중이다. 야당은 지난 조세소위 당시 예산부수법안이 자동부의된데 대해 여당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기재위 관계자는 “상임위 사정상 당장 논의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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