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박물관]①교촌치킨 상장 이끈 '소스 3대장'…간장·레드·허니

가맹점 매출 1조원 달성 발판 삼아 유가증권 성공 상장
치킨업계 파격적으로 등장한 마늘간장 일등공신
매운맛 더한 레드, '단짠' 불패 허니 시리즈 잇단 히트
단조로운 치킨에 '소스' 입혀 다양성 더하고 시장 키워
  • 등록 2021-05-28 오전 5:30:00

    수정 2021-05-28 오전 5:30:00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지난해 교촌치킨 운영사 교촌에프앤비의 상장은 파격이었다. 치킨 프랜차이즈 회사의 상장이 처음이어서만은 아니다. 상장한 무대가 유가증권시장이라는 게 예상을 깼다. 코스닥 시장보다 상장 요건이 더 까다롭기 때문이다. 재무 구조가 탄탄하고 성장성이 밝은 점을 제시해야 한다. 교촌은 실적으로 답했다. 지난해 매출 4476억원, 영업이익은 41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실적을 기록했다.

왼쪽부터 교촌(마늘간장), 레드, 허니 시리즈(사진=교촌에프앤비)
◇ 한국식 치킨 서막 `마늘간장`


교촌에프앤비가 실적을 밀어 올려 상장에 성공하고, 이로써 모은 투자금으로 사업을 확장할 여력을 쌓고, 이를 기반으로 해외시장 공략에 집중하는 그림은 현재 진행 중이다.

일련의 단계를 밟아오는 과정에서 첫 디딤돌은 가맹점이었다. 사업 특성상 가맹점 성공이 뒷받침하지 않으면 회사가 그리는 그림은 애초에 불가능했다. 교촌치킨 전체 가맹점이 지난해 올린 매출은 1조원을 돌파했다. 사상 최대이자, 업계 최대다. 현재 하루에 치킨 15만 5000마리씩을 판매(올해 1분기 기준)하고 있다. 맛있어서 가능한 성적이었다. 식당이 성공한 이유를 음식이 아닌 데에서 찾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다.

교촌치킨 맛의 비결은 소스다. 1991년 교촌 마늘간장 소스가 등장하면서 한국 치킨 업계는 지각 변동을 시작했다. 치킨 시장에 소스라는 개념이 희미하던 시절이었다. 후라이드 치킨을 소금이나 양념에 찍어 먹거나, 그 양념에 무쳐 먹는 양념치킨 정도가 일반적이었다.

마늘간장 소스는 치킨에 대한 그간의 통념을 깨며 주목을 받았다. 한국인이 가까이 두고 먹는 식재료 마늘과 간장이라서 이질감도 없었다. 새로운 맛을 제시한 게 아니라 익숙한 맛을 끌어와 제시한 것이다. 마늘간장 소스는 국내산 통마늘과 발효간장을 섞어 맛을 냈다. 발효 간장의 달콤하고 짭짤한 맛이 통마늘의 알싸한 맛과 어울렸다. 치킨의 기름진 맛을 잡는 데에도 제격이었다. 한식 재료가 서양식 치킨에 접목하는 시도 자체도 신선했다. 한국식 치킨의 탄생을 알린 서막이었다.

소스는 치킨 생태계를 다채롭게 키우는 원동력이었다. 재료(닭)와 조리법(튀기거나 굽는)에 큰 변화를 줄 수 없는 특성은 시장 확장성을 제약했다. 소스는 치킨에 다양한 맛을 입혀 외형을 확장하는 길을 텄다. 마늘간장 소스로 탄생한 교촌(간장) 시리즈는 지금의 교촌치킨을 만든 일등공신으로 평가된다.

레드서 분가한 `허니`…`단짠 불패` 신화

레드 소스는 한국식 소스의 후속 격으로 2004년 등장했다. 마늘간장에서 확인한 성공 방정식을 여기에도 적용했다. 익숙한 맛과 치킨의 접목이라는 단순한 공식을 따랐다. 자극적으로 매운 게 아니라 고추장처럼 맛있게 매운맛의 경험을 구현하는 게 필요했다. 인공 캡사이신이 아니라 국내산 청양 홍고추를 선택했다. 착즙하고 농축해 간장 소스와 배합하고, 꿀과 딸기잼으로 단맛을 더해 만들었다. 매운맛에 `단짠`(단맛+짠맛)이 더해진 레드 소스는 치킨 풍미를 끌어올렸다. 레드 시리즈는 교촌(간장) 시리즈에 이어 교촌치킨 얼굴 마담으로 자리를 잡아갔다.

2010년 등장한 허니소스는 단짠 맛을 내세워 단박에 대세가 됐다. 당시 교촌치킨은 짭조름한 교촌(간장) 시리즈와 매콤한 레드 시리즈 두 가지 맛을 주축으로 메뉴를 폈다. 맛의 다양성에 대한 고민이 깊던 시절이었다. 교촌은 레드 시리즈에서 조연 역할을 하던 `단맛`을 독립시키는 방안을 추진했다.

단맛은 일종의 모험이었다. 주식이 아니라 전채 요리나 후식에서 입맛을 돋우거나 입을 헹구는 게 단맛에 대한 보편적인 인식이었다. 그래서 간장 소스와 조합해서 분가하는 방안이 나온 것이다. 맛의 통일성과 익숙함을 유지하려면 짠맛(간장)을 가져가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단맛을 내는 대표 재료 설탕은 물에 잘 녹지 않았고, 올리고당과 물엿은 단맛이 풍부하지 않았다. 여러 시행착오 끝에 발견한 꿀을 원료로 쓰기로 했다. 국내산 아카시아 벌꿀에 라임을 섞어 단맛 범위를 넓히는 방식으로 맛에 차별화를 뒀다. 허니소스가 빛을 보기까지 1년이 걸렸다. 현재 허니 소스로 만든 허니 시리즈는 교촌 단일 메뉴로 가운데 판매량이 가장 많고, 개중에 허니 콤보는 메뉴별 판매량 1위다.

재료 집착으로 완성한 소스

각종 소스가 성공한 데에는 재료에 대한 집착이 큰 역할을 했다. 최상의 재료를 확보하고자 산지, 시기, 품종 등을 고려했다. 예컨대 레드 소스의 재료가 되는 청양 홍고추는 재배 지역과 수확 시기에 따라 품질이 갈린다. 주요 산지인 경남 밀양, 충북 음성, 경북 예천 등에서 재료를 확보해 맛의 수준과 균일함을 유지했다.

제조 방식도 맛을 좌우하는 변수다. 비가열 방식으로 소스를 제조하는 것은 비결이다. 마늘간장과 레드 소스는 채소 중탕 추출액과 청양 홍고추 농축액 등을 기반으로 신선한 맛을 살려낸다. 냉장보관 필수이고 유통기한은 45일 정도로 짧게 잡는다. 불을 써서 조리(가열)하면 이런 수고를 덜어도 되지만 비가열을 고집한다.

교촌에프앤비 관계자는 “비가열 제조 방식은 가열 제조 방식보다 까다로워 손이 더 갈 수밖에 없고 비용이 더 들지만, 신선하고 풍미가 깊은 맛을 낼 수 있어 고수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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