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다니는 ‘가로등’…밤거리 ‘안심 귀가 서비스’ 동행해보니

동네 주민들, 어둡고 후미진 곳 ‘파수꾼’
올 상반기만 은평구서 1500건 순찰
“주민들 몰라서”…서비스 이용건수는 적어
“동네 지키는 일…많은 사람 이용했으면”
  • 등록 2022-07-18 오전 5:45:00

    수정 2022-07-18 오전 5:45:00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인적이 드물고 가로등이 없는 서울 은평구의 한 골목길. 귀갓길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비에 젖은 밤길은 누군가에겐 공포로 다가온다. 귀갓길 ‘파수꾼’인 안심 귀가 스카우트들은 어두운 밤거리에 ‘걸어 다니는 가로등’을 자처하고 나섰다.

7일 오후 서울 은평구 증산동의 한 골목에서 안심 귀가 서비스 스카우트들이 순찰을 하고 있다.(사진=이용성 기자)
밤거리 귀갓길 ‘파수꾼’…동행해보니

지난 7일 오후 10시께 서울 은평구 증산역 4번 출구. 노란 조끼를 입은 중년의 여성들이 귀갓길 밤거리를 지키기 위해 비를 맞으며 지하철역 앞에 모여 있었다. 이들은 오후 10시만 되면 어김없이 이곳에 모여 다음날 오전 1시까지 동네 주민의 귀갓길을 책임진다. 은평구에만 총 13명의 스카우트가 있다. 이들은 시민이 ‘안심 귀가 서비스’ 앱이나 전화로 서비스를 신청하면 귀갓길을 동행해주는 역할을 한다. 2인 1조로 근무하는 스카우트들은 신청인이 안전하게 집에 도착해 현관문이 닫힐 때까지 지켜본다.

스카우트들은 후미진 곳이나 가로등이 없는 곳을 순찰하기도 한다. 줄줄 흐르는 땀을 닦으면서도 스카우트들은 빌라 아래 주차장이나 가로등이 없는 좁은 골목길 등을 훑으면서 매의 눈으로 주변을 살폈다. 순찰을 통해 범죄를 예방하고, 현장에서 귀갓길 서비스를 요청하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다. 동네 주민으로 주변 지리를 꿰뚫고 있다는 60대 김모씨는 “이곳은 빈집”, “이곳은 가로등이 없는 구역”, “이곳은 우리 귀가서비스 단골 신청인의 집”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인 가구 안심’ 사업으로 작년 10월부터 추진한 ‘안심 마을 보안관’은 1인 가구 밀집 지역을 순찰하지만, ‘안심 귀가 서비스’는 지역 아닌 사람을 주목한다는 데서 차이가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안심 귀가 서비스는 점과 점을 연결해주는 역할이고, 안심마을 보안관은 거점을 잡고 순찰을 하기 때문에 운영 방법이 다르다”며 “두 사업 모두 시민의 귀갓길을 책임지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했다.

“밤길 무섭다면 ‘안심귀가 서비스’ 찾으세요”

안심 귀가 서비스 이용자들은 코로나19 이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는 “코로나19로 대면접촉이 무서운 시대가 됐고, 과거에는 주취자들이 곳곳에 밤거리를 배회했지만, 영업제한 때문에 그런 풍경이 한동안 사라진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코로나19 방역지침이 풀리고 늦은 밤 귀가하는 이들도 늘었는데, 안심 귀가 서비스 인지도가 낮은 탓에 이용률이 낮은 영향도 있다. 은평구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귀가 서비스 이용건수는 81건으로 불과했다. 먼저 도움을 요청하지 않아도 밤거리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 같은 기간 스카우트들이 진행한 순찰 건수는 1535건에 달했다.

특히 최근엔 귀갓길 범죄가 잇따라 발생했다. 지난달 16일 서울 마포구 대흥역에선 현역 직업 군인이 새벽 홀로 귀가 중이던 여성을 몰래 따라갔다. 인기척을 느낀 피해자가 현관문을 재빨리 닫아 더 큰 피해로 이어지진 않았으나 경찰은 주거침입 혐의를 적용, 이 남성을 군 헌병대에 인계했다. 열흘도 채 지나지 않아 서울 중구에서 40대 남성이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지하철역에서부터 따라가 추행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피해자는 저항하다 넘어지며 전치 4주의 타박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이어 터지는 귀갓길 범죄 소식에 스카우트들의 어깨는 더욱 무겁다. 이들이 장마와 폭염에도 어김없이 노란 조끼를 입고 지하철역으로 출근 도장을 찍는 동력도 여기서 나온다. 11개월째 스카우트 업무를 하고 있다는 40대 유모씨는 “딸을 키우는 엄마로서 딸이 늦게 들어오면 불안해서 나가보기도 한다”며 “저도 은평구 주민인데 ‘마을 동네 주민, 가족들을 위한 일’이라는 사명감에 밤거리를 비추고 있다”고 웃었다. 김씨도 “저희 단골 이용자가 있는데 그분은 귀가서비스 없이는 집에 못 들어가신다. 누군가에겐 꼭 필요한 서비스”라며 “많은 사람이 이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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