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의 광장"은 대선자금 접선장소?

[현장] "차떼기" 장소에서 만난 서민의 분노
  • 등록 2003-12-13 오전 10:19:57

    수정 2003-12-13 오전 10:19:57

[오마이뉴스 제공] LG그룹에 이어 현대자동차그룹이 불법 대선자금을 한나라당에 전달하기 위해 접선장소로 사용한 곳이 두 번 모두 경부고속도로 "만남의 광장"으로 드러나 세인들의 관심을 끌고있다. 차량과 사람들이 만나고 쉬어가는 "만남의 광장"이 검은돈을 주고받은 장소로 악용된 셈이다. <오마이뉴스>는 문제의 현장인 "만남의 광장" 현장을 급히 찾아가 보았다. 12일 오후 1시께 경부고속도로 입구의 "만남의 광장"은 쉴 새 없이 오고 가는 차량들로 분주했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약속된 만남을 가진 뒤 휴식을 취하거나 간단한 요기를 한 후 다시 목적지로 출발한다. 하루에 수천여대의 차량이 이곳에 머물다 간다. 주5일 근무의 마지막 날인 금요일인 탓인지 "만남의 광장" 주차장에는 평소보다 많은 차량이 몰려들었다. 이곳 경비원들은 쉴새 없이 드나드는 승용차와 화물차를 정리하기에 바빴다. 100여대의 주차된 차량 가운데는 현대자동차그룹이 2차례에 걸쳐 100억원을 전달한 현대 "스타렉스" 4대 가량이 눈에 띄었다. SK가 정치자금을 전달한 지하 주차장이 은밀한 공간이었다면 LG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이 정치자금을 전달한 "만남의 광장"은 의표를 찌를 수 있는 평범한 공간이었다. 붐비는 차량과 북적대는 사람들 그리고, 회차(回車)가 가능한 굴다리…. 마치 서울을 벗어나 지방으로 여행을 가듯이 "만남의 광장"에서 잠시 주차한 뒤 "검은 돈"이 가득 실린 차량을 "차떼기"로 건네받는 데는 이곳이 그 어떤 장소보다도 용이했을지 모른다. "만남의 광장" 좌측에는 주유소가 있고 주유소 바로 밑으로는 굴다리가 있다. 이회창 후보의 최측근이자 대선자금 모집책으로 드러난 서정우(60·구속) 변호사는 이곳에서 LG그룹 150억원, 현대자동차그룹 100억원 등 모두 250억 원의 거액이 실린 차량을 통째로 전달받은 뒤 주유소와 굴다리를 유유히 빠져나간 뒤 불법자금을 은폐할 모처로 이동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깡패같은 정당은 수백억 원의 정치자금을 뜯어내고 재벌그룹은 이권을 보장받기 위해 불법자금을 제공하고…. 서민들로서는 분통이 터지는 일이다. 그렇게 갖다 바칠 돈이 넘쳐나면 근로자들의 복리후생에 써야지 썩어빠진 정치자금으로 바치는 게 말이 되느냐" 택시기사 황효정(45)씨는 전철역 양재에서 만남의 광장까지 가는 도중 한나라당과 재벌그룹의 불법 대선자금을 주고받은 사건에 분통을 터트렸다. 황씨는 "만남의 광장이 차와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라 의심받지 않을 것 같아 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만남의 광장"에서 만난 서민들은 이 곳이 수 백 억 원의 정치자금을 건넨 접선 장소였다는 사실에 허탈해하면서 분노와 무기력 감을 동시에 터트렸다. 이들에게 돈을 뜯어내는 정당과 정치인들은 깡패 이상의 깡패에 불과했으며 존경은커녕 욕설을 토해내도 시원치 않은 부패세력이었다. 지방출장 동행을 위해 이 곳에서 회사동료를 기다리던 나흥균(39·회사원)씨는 "한나라당과 이회창씨는 그 동안 정치자금을 받지 않았다. 전혀 모른다는 거짓말로 국민을 속였는데 이제는 할 말이 없을 것이다"면서 "1억 원을 받았다는 이광재씨는 구속되고 수백억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뜯어낸 한나라당 의원들은 큰소리치는 게 우스꽝스러운 현실이다. 부패정당을 심판하고 불법자금 관련된 정치인은 법대로 처벌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정치자금 운반차량으로 이용된 현대 스타렉스 운전자인 황재용(35)씨는 "이 차에 라면상자 30박스 정도를 실어본 적이 있다"면서 "화물차와 달리 적재물이 외부에 드러나지 않은 장점을 이용해 정치자금은 운반한 것 아니냐"고 나름대로 해석했다. 소규모 사업을 하고 있다는 황씨는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은 한나라당이 대선자금을 요구하는데 어떻게 재벌기업이 거절할 수 있겠느냐"며 기업을 심정적으로 이해하면서도 "재벌기업과 한나라당이 책임져야 할 문제이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도 캐면 액수 차이가 있겠지만 정치자금이 드러날 것이다"고 검찰의 엄정한 대선자금 수사를 요구했다. 2.5톤 개인화물 운전사인 배종수(55·경기도 성남)씨는 서민의 아픔을 토로했다. 배씨는 "5시간 거리인 대구까지의 운임비가 10만원이라면서 이중 기름값 6만원과 식사비와 톨게이트비를 빼면 3만원 정도밖에 남지 않는다"고 했다. 배씨는 "운이 좋으면 짐을 싣고 돌아오기도 하지만 경제불황으로 물량이 줄면서 빈차로 돌아올 때가 많다"고 한숨을 토했다. 한달 수입이 100만 원 정도라고 밝힌 김씨는 "100억원을 차에 싣기만 해도 심장마비로 쓰러질 것"이라며 황당해 했다. 배씨는 "귀에 억억 소리가 들려오는데 도대체 감이 잡히지 않는다. 우리 같은 서민들은 감출 비자금은커녕 하루 벌어 먹고살기에 급급하다"면서 "정치보복을 하기 보다 깨끗하고 투명한 정치로 바꾸어야 한다. 국가가 선거비용을 준다면 썩은 정치가 바뀔 수 있지 않겠냐"면서 부패정치 청산을 희망했다. 손채호(59·경기도 성남시)씨는 불법 대선자금 접선장소인 "만남의 광장" 경비원이다.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는 아내와 맞벌이하면서 자녀 4명을 키웠다는 손씨는 12시간 교대근무로 월 100만원의 월급을 받는다고 밝혔다. 1년 넘게 근무했다는 손씨는 이 곳이 수백 억대의 정치자금 전달장소가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손씨는 "수백억 원의 돈을 이곳에서 전달한다는 것을 상상하지도 못했고 무엇보다 수 천대의 차들이 정신없이 왔다갔다 해 신경을 쓸 겨를도 없다"면서 "피곤하게 일하고 약주 한 잔 하는 게 낙인데 감도 잡히지 않는 수백억 원을 덜컹 주고받았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면서 내년 선거가 돼도 투표할 마음이 없다고 말했다. 기자는 서 변호사가 "차떼기"로 정치자금을 건네받은 뒤 서울의 모처로 돌아가려고 지나갔을 주유소와 굴다리를 거쳐 서울로 향했다. 차 속에서 60대의 택시운전사는 불법정치자금 사건을 이렇게 진단했다. "불법 대선자금을 모금한 정치인들은 깡패 중에서도 상 깡패다. 정주영씨가 청문회에서 "속 편하기 위해 돈을(정치자금) 주었다"고 했는데 맞는 말이다. 작년 대선에서 이회창씨가 대통령이 되는 게 대세였는데 선거자금을 요구하지 않아도 기업이 알아서 갖다 바쳤을 것이다. 정치권과 기업 모두 도둑의 소굴이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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