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까지만 해도 외국인이 자주 찾는 백화점이나 호텔 대형할인매장 같은 곳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었지만 이제는 서민들이 즐겨 찾는 시장은 물론 웬만한 음식점 심지어 허름한 동네 선술집에서조차 크리스마스 트리와 산타 장식을 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최근에는 한국인 밀집지역인 왕징의 북한 식당 옥류관에도 크리스마스 장식이 등장했다. 주 고객인 한국인을 염두에 둔 상술이라고는 하지만 주체를 강조해온 북한이 서양 명절을 빌어 ‘외화벌이’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은 뭔지 어울리지 않게 느껴지기도 한다.
선양(審陽)에서는 높이 43미터에 이르는 세계에서 가장 큰 실내 크리스마스 트리까지 등장했다. 국영 CCTV에서도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소식을 전하면서 중국의 ‘국제화’를 과시한다.
하지만 중국에서 크리스마스는 종교적 축제라기 보다 상업적 축제다.
중국의 모든 전자제품업체들이 성탄 특가 판매를 실시하고 있고 거의 모든 백화점과 할인매장 개인 상점들까지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각종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성탄특수를 누리는 한 상인은 성탄절이 아니라 성탄월(聖誕月)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조만간 성탄절 매출이 중국 최대명절인 춘지에(春節)의 매출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서양의 축제에 기독교 국가도 아닌 중국이 왜 들썩이느냐는 비판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비판의 목소리조차 사라지고 있다.
장사만 된다면, 경제가 잘 돌아간다면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상관이 없다는 식이다.
기독교의 확산에 유난히 경계를 하는 중국 정부조차 성탄절 열기는 묵인하고 있다. 경제에 좋다면 모든 것이 좋다는 중국문화의 단면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