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온 편지] 111. 유럽의 난제들

  • 등록 2018-12-20 오전 6:00:00

    수정 2018-12-24 오후 2:43:30

9월 기준 가장 최근의 자국내 선거에서 극우 및 포퓰리스트 정당 지지도(츨처=PalGov;PollofPolls.eu; The Economist)
[런던=이데일리 이민정 통신원] 내년 3월 영국이 유럽연합(EU)을 공식적으로 탈퇴(브렉시트)하고, 영국과 유럽연합 간 결별협상이 2년 넘게 지지부진하면서 연일 브렉시트 이슈가 드러나고 있기는 하지만 유럽연합, 크게는 유럽이 직면한 문제는 비단 브렉시트 뿐만이 아닙니다.

EU 씽크탱크 유럽정책센터의 파비안 줄리그 최고경영자(CEO)는 “유럽연합 회원국의 정치인들을 만나도 그들은 더 브렉시트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에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브렉시트 이외에 유럽 내 다른 문제들이 많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지요.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회원국 정상 모임에 참여했다가 마드리드로 돌아와 이렇게 말했죠. “영국인들은 24시간 브렉시트를 생각한다. 그러나 유럽인들은 8시간마다 한 4분 정도밖에 브렉시트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브렉시트로 인해 유럽 전체에 야기되는 정치적, 경제적 혼란이 있기는 하지만 유럽이 직면한 더 큰 난제는 따로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잘 해결되면 유럽연합 통합과 단합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지만 해결점을 찾지 못한다면 향후 유럽연합 붕괴의 도화선이 될 수도 있는 문제죠.

먼저 유럽에서 가장 큰 문제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난민 문제가 있습니다. 가장 포용적이었던 난민 정책을 시행했던 독일에서조차 난민 문제에 대한 우려와 반감이 커지고, 급기야 정치 지형의 변화까지 몰고 오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와 동유럽 등지에서는 유럽 국가들이 맺은 난민 협약에도 불구하고 난민이 자국에 들어오는 것을 거세게 막고 있습니다.

난민 문제가 유럽을 뒤흔드는 이슈가 되면서 반 난민 정책 등을 지향하는 극우정당 득세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내년 5월 EU 의회 의원선거를 앞두고 포퓰리스트, 국수주의가 힘을 키우고 있는 폴란드, 헝가리,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등의 EU 회원국들은 극우주의 성향의 인사가 더 많은 EU 의회 의석을 차지하고, 결과적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의 EU 정책을 이끌어내기 위해 각종 캠페인으로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의 무즈타바 라한 유럽 대표는 “극우주의 세력은 내년 유럽의회 선거가 EU 정책에 탁월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유럽연합은 정치적, 경제적 협력자인 미국과의 관계도 예전만 못합니다. 미국이 유럽산 철강과 알루미늄 등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시작된 미국과 EU의 무역전쟁은 더 속도를 내고 있지는 않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측할 수 없는 행보에 EU는 미국이 적인지, 아군인지 계속되는 혼란은 겪고 있습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갈등을 빚자 앞서 메르켈 독일 총리 등은 “유럽은 미국에 의존할 수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죠.

이란 문제를 두고 미국과 관계를 어떻게 정립할지도 유럽의 고심거리입니다. 유럽은 미국 오바마 행정부 시절 서방과 이란이 맺은 이란핵협정이 이란의 핵위협을 제어하는 데 효과적이었다며 계속 유지하기를 원하고 있지만 미국의 경우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협정 파기를 선언하고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도 복원했습니다.

미국은 여전히 유럽에 이란핵협정에서 탈퇴하라고 압박하고 있지만, 이란과 사업하는 기업들이 많은 유럽에게 쉬운 선택지가 아닙니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에 빠진 것이죠.

EU의 주요 이슈에서 회원국 간 분열도 감지됩니다.

씽크탱크 ‘저먼마샬펀드’의 로사 발푸어 연구원은 “사우디아라비아 정권에 비판적이었던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사건 대응에서 드러났던 유럽의 분열이 유럽이 외교 문제에 대해 단합이 얼마나 약한지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카슈끄지를 사망에 이르게 한 배후로 사우디 정권에 힘이 실리자 독일은 사우디에 무기 판매를 중단했지만, 프랑스는 무기 판매를 계속한 것을 지적한 것입니다.

구글, 페이스북 등 사용자의 데이터나 온라인 광고 등으로 수입을 벌어들이는 인터넷 공룡 기업들에 매출의 3% 수준으로 EU 차원에서 부과하려고 했던 이른바 ‘디지털 세(tax)’ 도입도 아일랜드, 스웨덴, 덴마크 등이 반대하면서 무산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28개 EU 회원국 모두가 동의해야 EU 차원의 디지털 세를 도입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일부 국가는 디지털세 대상이 미국 기업에 집중되면서 디지털 세를 도입했을시 미국의 보복이 두려워 디지털 세를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렇듯 유럽의 분열을 조장하는 난제가 많은 가운데 차이를 조율해 단합을 이끌어 낼 리더십이 부재한 것도 유럽의 미래에 대한 우려를 가중시킵니다.

EU에서 경제력 1위인 독일에서 2005년부터 13년간 총리로 재임하면서 EU에서도 공고한 권위와 영향을 행사했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021년 총리 선거 불출마를 밝히면서 사실상 정치적 퇴진을 준비 중입니다. 독일 다음으로 EU 경제력 대국인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유럽에서 자유주의를 대표하는 얼굴이 된 셈이죠.

마크롱 대통령은 작년 5월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한 순간부터 자신을 유럽의 차기 리더로 부각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66%의 지지율로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현재 자국 내 지지율이 20% 중반대로 추락했습니다. 그가 내세우던 경제 개혁 등의 공약이 결과를 내지 못한 탓이 크죠. 자국 내 문제로 허덕이느라 EU 내에서도 별다른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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