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신화를 만들어낸 우리의 노력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우리는 이들을 ‘퍼스트 펭귄’이라 부른다. ‘퍼스트 펭귄’은 2008년, 47세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카네기멜론 대학의 컴퓨터공학 교수 랜디 포시(Randy Pausch)의 베스트셀러 ‘마지막 강의(The Last Lecture)’에서 나온 단어이다.
‘퍼스트 펭귄’은 육지생활에 익숙한 펭귄 무리 중에서 먹이 사냥을 위해 맨 처음 바다에 뛰어든 펭귄으로, 먼저 용기를 내 뛰어들면 나머지 펭귄들도 이를 따른다는 데에서 유래하였다. 영어권에서는 이 말이 ‘불확실성’을 감수하고 용감하게 도전하는 ‘선구자’를 뜻하는 관용어로 사용된다.
재작년 발간한 정부 제4차산업혁명위원회 보고서의 첫 문장은 우리가 처한 현실을 ‘VUCA’의 시대로 기술하고 있다. ‘변동(Volatility), 불확실(Uncertainty), 복잡(Complexity), 모호함(Ambiguity)’를 뜻하는 이 단어는, 그러나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어느 시대에서나 변치 않는 상수(常數)이다. 다만 지금은 그 기술변화의 속도에 고용과 노동의 전환이 따라가기에 너무 벅차다.
우리에게는 기술의 변화를 포착하여 인재와 노동의 전환으로 새로운 시장을 열어갔던 성공사례가 많다. 1980년대 까지 세계 최고의 아날로그 기술로 가전제품과 워크맨 등 전자제품 시장을 석권했던 소니와 마쓰시다 등 일본 기업들은 불과 10여년 만에 삼성에게 추월을 당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전자회로기술의 디지털 전환에 삼성은 발 빠르게 대응하며 디지털회로분야 인재양성과 연구개발에 투자한 반면 일본의 전자업계는 기술과 노동의 전환 타이밍을 놓친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기술이다. 기술의 급변은 사회 모든 제도와 사람들의 인식을 송두리째 바꾸어 나가고 있다. 1930년대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즈는 “기술혁신으로 인해 주당 근무시간이 15시간인 미래가 올 것이다”라고 예언한 바 있다. 필자가 4년 전 방문한 적이 있는 독일의 지멘스 스마트공장은 ‘인더스트리 4.0’을 실현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주당 노동시간 35시간과 인원 감축 없는 고용 유지를 실현하며 생산성은 이전에 비해 9배에 달한다. ‘인간의 삶’과 ‘노동의 질’이 조화롭게 반영된 모습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획일화되고 경직된 일하는 시간과 제도 속에 여전히 답보된 생산성의 틀에 안주하고 있지나 않은지 되돌아볼 일이다.
지금은 한 가지 깊이 있는 재능을 가진 고슴도치와 다재다능한 여우가 공존하는, 즉 고숙련이 필요한 전통 산업섹터와 ‘횡단 기술’역량이 요구되는 디지털 융복합 기술섹터가 산업의 특성에 따라 모두 필요한 시대이다. 이제 우리의 숙제는 이전 산업의 축적된 숙련기술, 숙련역량, 숙련인재를 어떻게 지켜내면서 한편으로는 어떻게 전환할 것인가, 그리고 그 범위는 어디까지 가능한 것인가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