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사랑에 치인 男女여 "남성성 잊고 관계성 덜고"

실패와 추락서 좌절하는 男
압박감 버리고 대화 늘려야
타인관계서 상처받는 女
자괴감 떨치고 주도적으로
………………………………
남자, 죽기로 결심하다
콘스탄체 뢰플러 외|288쪽|시공사
나는 남자를 버리고 싶다
최광현|256쪽|부키
  • 등록 2013-09-05 오전 7:20:00

    수정 2013-09-05 오전 8:59:09



[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여기 한 남자가 있다. 어느 날 문득 삶이 막막해졌다.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시들해졌다. 불끈하는 충동이 커지고 남 탓이 늘어간다. 그런데 사람을 피하고 있단 사실, 걱정·슬픔까지 모두를 부인한다. 도움도 완강히 거절한다. 그저 혼자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는 우울하다. 그런데 내색하진 않는다.

여기 한 여자가 있다. 어느 날 사람에 지쳤다. ‘남편’인지 ‘남의 편’인지 모를 집안의 남자보다 이웃집 여자가 더 낫다고 생각한다. 힘들고 외로운 마음을 위로받고 싶어하는 것뿐인데 도대체 그걸 이해하지 못하는 남자가 야속하다. 대상은 남자에만 그치지 않는다. 집 밖에선 늘 다른 여자와의 갈등으로 그들만의 리그를 치른다. 그녀도 우울하다. 그런데 감출 수가 없다.

우울감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다. 다르다면 성별의 차이는 있다. 남자는 보통 실패를 경험할 때 우울하다. 성과를 내지 못하면 인생이 통째로 내동댕이쳐진 듯한 고통을 받는다. 사회적 실패는 자주 자신의 실패로 귀결된다. 그럼 성공한 남자들은 괜찮을까. 그들에겐 급작스런 추락의 불안감이 있다. 반면 여자의 우울증은 일보단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서 온다. 부모·친구·동료·남편·아이와 갈등이 생길 때 가파른 스트레스를 겪는다.

원인이 다르니 해결이 다를 수는 있겠다. 그러나 결국은 한 줄에 걸쳐 있다. 소통이다. 콘스탄체 뢰플러 등 독일 정신의학자들, 국내 트라우마 가족치료연구소장인 최광현 한세대 교수가 그렇게 이른다. 각각의 저서에서 남성과 여성이 겪는 우울의 단면을 쪼개봤다.

▲강요된 남성성이 남자를 죽인다

‘남자는 우울하지 않다. 아니 우울해할 줄 모른다.’ 이것은 편견이다. 더 고약한 건 그 편견이 도리어 남성에게 우울증을 던진다는 거다. 남성 우울증에 대한 인식은 상대적으로 여성보다 높지 않다. 스트레스 강도는 여성 이상이지만 남성은 쉽게 고민을 털어놓지 못하고 병을 키운다. 남자니까 울면 안 되고, 돈을 더 벌어야 하며, 늙어서도 약해져선 안 된다는 압박감이 대단하단 얘기다.

‘남자, 죽기로 결심하다’에서 저자들이 남성의 우울증을 들여다본 결정적인 요소는 자살률이다. 여성이 남성보다 우울증 비율은 2~3배 더 높은데 자살률은 정반대더란 점에 주목했다. 근거로 삼은 독일인의 경우 연간 1만명의 자살자 중 75%가 남자였다. 난제는 스트레스나 우울감을 가볍게 보고 방치할 때 깊어졌다. 우울증의 전형적인 증상은 울적한 기분과 절망, 죄책감과 열등감, 상심과 체념 등이 상당 기간 이어지며 나타났다. 그러나 해소법은 술이나 도박, 고립과 격렬한 스포츠가 대부분. 이른바 ‘남자다워야 한다는 남자 증후군’에 시달린다는 말이다.

▲세상의 모든 남자는 나쁘다?

여성은 어떤가. 남성에 비해 여성 우울증의 경로는 많이 알려져 있다. 힘들어 생을 포기하고 싶은 경우는 대개 질곡에 빠진 인간관계로 인한 것이 많았다. ‘나는 남자를 버리고 싶다’에서 저자는 ‘관계’의 성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열심히 노력한다고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란 점이다. 때문에 ‘일탈 없이’ ‘착실하게’ 살아왔다고 믿는 여성일수록 관계의 좌절은 깊을 수밖에 없단다.

심각성은 관계의 갈등이 그 자체에 머물기보다 번져 확산된다는 데 있다. ‘막장드라마’에 열광하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타인에게 그 그림자를 투사해 엉뚱한 대가를 지르기도 한다는 것. 특히 사랑에선 타격이 크다. 저자는 “여성에게 사랑받지 못한다는 절망·자괴감이 우울증을 불러오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못 박았다. 사랑 또한 자신의 힘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란 사실을 지나치게 체화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파괴하지 않을 의무는 ‘말’

누군가가 불행을 느끼게 하는 코르티솔 호르몬에 노출돼 있다면 극복이 쉽지 않다. 행복호르몬인 옥시토신을 추구하려는 노력이 눌리게 되는 탓이다. 코르티솔은 스트레스 상황을 더욱 심하게 몰고가려는 성향이 있다. 과도한 스트레스에 노출됐다면 그 스트레스를 없애기 위한 엄청난 스트레스 상태에 진입해야 비로소 안정을 되찾는다는 거다. 이러할 때 과연 남성과 여성, 그들의 심리적 우울감이 끝을 볼 수 있겠는가.

두 책의 저자들이 만나는 지점은 대화다. 소통하지 않은 불협에서 우울감이 생겨난다는 데 일치를 봤다. 가령 남자가 운전하는 차에 여자가 탔다. 그날따라 남자는 유난히 운전이 거칠다. 급기야 급브레이크까지 밟았다. 여자는 기분이 상한다. 자신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단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남자는 아니다.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려 했을 뿐이다.

남성은 ‘힘들다’는 인정이 자신의 정체성을 손상하는 게 아니란 걸 알아야 한다. 여성은 관계의 일방성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남자는 남성성의 부담을, 여자는 관계성의 부담을 ‘말’로써 덜어내라는 조언이다. 또 남자는 스스로 약해질 수 있다는 걸 수용하고 여성은 가방 고르듯 남자를 고르란 충고도 있다. 결국 어느 대상에든 자신을 투영하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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