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땐 안 아껴"…욜로族이 깬 '앵겔의 법칙'

소득 높을수록 더 낮아지는 앵겔지수
지난해 12.66…7년 만에 최고치 상승
"먹을 땐 안 아껴"…'작은 사치' 영향
  • 등록 2017-08-09 오전 5:16:19

    수정 2017-08-09 오전 5:16:19

최근 ‘욜로족(YOLO·You Only Live Once·한 번뿐인 삶을 마음껏 즐기자는 모토를 가진 사람)’이 많아지면서 ‘엥겔의 법칙’도 깨지고 있다. 이데일리DB


[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최근 직장을 그만 둔 이모(29)씨는 얼마 전 일본에 여행을 다녀왔다. 이씨는 “과도한 업무에 지쳤다”며 퇴직금을 온전히 ‘나 자신을 위한 시간’에 투자하기로 했다.

그렇게 정한 여행 콘셉트가 ‘식도락’이었다고 한다. 음식부터 좋은 걸 잘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일본 여행의 모든 동선은 평소 가고 싶었던 레스토랑이 있는 곳으로 정했다. “최저시급에 가까운 임금을 받고 일했지만 먹는 것에는 돈을 아끼지 않으려고요. 돈을 모아봤자 집을 사지도 못할텐데 현재를 즐기는 게 제일인 것 같아요.” 이씨는 담담한 어투로 말했다.

이씨는 최근 ‘욜로족(YOLO·You Only Live Once·한 번뿐인 삶을 마음껏 즐기자는 모토를 가진 사람)’ 트렌드를 대표한다고 할 만하다.

이례적인 엥겔지수 상승세

최근 소득이 증가함에도 엥겔지수는 이례적으로 상승하는 가운데 욜로족이 그 배경으로 꼽히고 있어 주목된다.

엥겔지수는 가계의 전체 소비지출 중 식료품·비주류 음료품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통상 소득이 높을수록 엥겔지수는 낮아진다는 건 상식으로 통했다. 지난 1857년 독일 통계학자인 에른스트 엥겔은 고소득 가구일수록 지출에서 차지하는 식비 비중이 작다는 점을 발견했고, 이는 ‘엥겔의 법칙’으로 불려 왔다. 하지만 최근 이런 통념이 깨지고 있다. 내년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와중에 엥겔지수는 7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8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해 엥겔지수는 12.66으로 지난 2009년(12.56) 이후 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엥겔지수는 한은이 산출하는 가계의 최종소비지출에 식료품·비주류 음료품 소비지출을 나눠서 구한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엥겔의 법칙을 충실히 따라왔다. 우리나라 엥겔지수는 1970년 43.53에 달했는데, 1990년(26.84)과 2000년(15.98)을 거쳐 2007년(12.42)까지 수직 낙하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 흐름이 미묘하게 변하고 있다. 2009년 이후 1인당 국민소득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에도 엥겔지수 역시 덩달아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전망처럼 올해 경상성장률 4.6%를 달성한다면 내년 1인당 국민소득은 3만달러를 돌파하게 된다. 반면 앵겔지수는 계속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런 경제 상식이 깨진 이유는 무엇일까.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엥겔지수가 웬만큼 내려가 더이상 하락하기 어려운 수준인 것 같다”며 “이런 때는 소득이 올라도 예전보다 더 비싼 음식을 먹어서 엥겔지수가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도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고 경제가 발전하면서 외식이 잦아지는 경우 엥겔지수가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엥겔지수 상승 이끈 욜로족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를 욜로족의 등장에서 찾았다. 그는 “재산을 모으기 어렵고 집을 사기 힘든 상황에서 먹는 것이라도 잘 먹고 현재를 즐기자는 욜로족이 많아지면서 엥겔지수가 올라간 것 같다”고 말했다. 스타 셰프가 대거 등장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발달하면서, 미식을 통한 ‘작은 사치’가 엥겔의 법칙을 깨뜨렸다는 얘기다.

이를테면 젊은층을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는 디저트 ‘애프터눈 티’ 세트가 대표적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디저트 외식 시장 규모는 매출액 기준 8조9760억원에 달했다.

직장인 서모(27·여)씨는 “이번 휴가에는 서울 시내 호텔에서 친구들과 함께 애프터눈 티를 먹고 고급 빙수를 먹으며 즐길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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