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나 보수의 성향, 지지 정당 등을 떠나 공천 혁명을 앞세운 그의 거침없는 언행과 환호하는 여론을 놓고 ‘박재승 현상’이라고 평하는 이도 있다. 한 여론조사에선 국민 10명 중 9명(89%)이 “박 위원장이 잘하고 있다”고 답하는, 경이적인 상황까지 나타났다.
가히 열풍이라 할 정도로 ‘박재승 현상’이 일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한국 정치의 관행과 ‘정치 논리’를 인정하기보다 거리낌 없이 치부를 지적하면서 메스를 들이대는 점이 신선한 충격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 위원장은 ‘여의도’가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에서, 일반인의 상식으로 민주당의 새로운 공천 기준을 말하고 정치를 바라보고 있다. 그가 7일 MBC 라디오에 출연, 언급한 ‘사면’과 ‘음주운전 3진 아웃제’ 등은 이를 여실히 말해준다.
박 위원장은 정치인의 범죄→대통령의 사면→선거 통해 다시 정치권 복귀의 악순환을 강하게 성토했다. 그는 “선량한 국민들은 우유 하나라도 구멍가게에 가서 훔쳐 먹으면 수년씩 징역을 살게 된다. 그러면 공직에 들어갈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정치인들은 수십억, 수천억원씩 그렇게 해도 대통령이 사면해 버리니까 바로 다음 선거에 나가서 당선된다. 이러니 국민은 정치를 불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적어도 음주운전 같은 것은 의원이 할 일은 아닌 만큼 점수에서 불이익을 줄 것이며 세 번씩이나 겹쳐서 했다면 배제한다”고 단언했다. 의원들의 ‘막말’에 대해서도 불이익을 주겠다며 “현직 대통령을 폄훼하는 단어를 보면 말할 수 없이 역겨운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 할머니는 “박 위원장님 파이팅! 한국 정치가 바로 서도록 힘써주세요”라는 글과 함께 롤케이크 두 상자를 민주당사로 보냈다.
30대 회사원도 “국민들 마음에 자라고 있는 ‘희망의 새싹’을 활짝 키워달라”는 쪽지를 넣은 박카스 두 상자를 전했다. 공심위원 휴대전화에도 “힘 내시라” “꿋꿋하게 하시라”는 등의 격려성 문자 메시지가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현상에는 어두움도 드리우고 있다. 박 위원장이라는 거름종이에 의해 공천된 이들이 여의도에 입성할 수 있을지다.
야당의 한 중진 의원은 “그렇게 깨끗한 인사가 모두 국회에 들어가면 좋겠지만, 모두 떨어지면 어떻게 하느냐”며 “정치라는 게 사법적이고 단선적 판단으로 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재승 공천’은 총선 결과로 심판을 받겠지만 ‘박재승 현상’이 2008년 한국 정치의 참신한 반란이 되고 있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