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테마주(株)로 분류되는 기업에 대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흔히 ‘손 탔다’고들 한다. 실적과 관계없이 소문에 엮이면서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하면 정상적인 평가가 불가능해진다는 뜻이다. 안정된 실적과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한 정상적 기업은 테마로 움직이는 투기·조작세력에 쉽사리 휩쓸리지 않는다는 시각이 전제됐다. 그만큼 주식시장에서 한번 테마주로 낙인이 찍히면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 하지만 최근 본업에 열중하면서 테마주로서의 꼬리표를 떼내는 기업이 늘고 있어 주목된다.
실적 턴어라운드로 테마주 오명 벗은 서원·안랩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서원(021050)은 지난달 30~31일 진행한 구주주 대상 유상증자 청약에서 107.7%의 청약률을 기록해 성공적으로 229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다. 실적 턴어라운드 전망이 주주들의 기대감을 높였다는 평가다. 그러나 서원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반기문 테마주로 분류됐다. 당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잠재적 대권주자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2014년 정기주주총회에서 선임된 사외이사가 반 총장과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동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난해 12월에만 주가가 107% 급등했고 최근에도 반 총장 방한을 앞두고 상승한 바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설립해 대표 테마주로 분류되는 안랩(053800)도 테마에 본업 성장세가 가려진 기업으로 꼽힌다. 1995년 국내 최초 안티바이러스 솔루션을 출시한 후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1300억원으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올해 1분기는 새로운 V3 제품군의 매출 성장 등에 힘입어 영업이익(13억원)이 전년동기대비 7배 뛰기도 했다.
신사업 장착해 재평가 받는 빅텍·홈캐스트
빅텍(065450)도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때마다 주가가 들썩이는 대표 방산 테마주지만 민수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있다. 무인으로 자전거를 대여·반납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대전·세종·여수 등에 구축했고 작년 2월 서울시 공공자전거(따릉이)까지 수주했다. 지난달에는 29억원 규모 따릉이 확대 구축사업도 따냈다.
몇 년 전 테마주로 이름을 날리다가 새로운 성장동력을 기반으로 정상화에 나선 곳도 있다. 한국테크놀로지(053590)로 사명을 바꾼 케이앤컴퍼니는 이명박 정부 시절 자원개발 테마에 휩쓸렸다. 2000년대 중반까지 주가가 1000원 이하의 ‘동전주’였다가 2008년 1만원을 돌파하는 등 널뛰기 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최근 신기술인 증기를 이용한 석탄건조설비 사업을 주력으로 추진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기술력 중심의 회사로 성장하겠다는 경영목표에 따라 사명도 변경하게 된 것”이라며 “사업이 초기 단계인만큼 꾸준한 연구개발과 투자를 진행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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