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히트상품 삼킨 미투상품

  • 등록 2016-07-14 오전 5:00:00

    수정 2016-07-14 오전 5:00:00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최근 식품업계에는 이렇다 할 히트상품이 없다. ‘허니버터칩’ 이후 바나나가 자리를 이어받나 했지만 반짝 인기에 그쳤다.

식품업계에는 그 어느 곳보다 히트상품이 절실하다. 스낵, 유제품, 빙과 등 대부분 제품들이 매년 역성장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히트상품이 있어야 매출이 늘고 소비자의 관심을 끌어올 수 있다.

허니버터칩이 품귀현상을 보일 당시 제과업계는 호황을 누렸다. 허니버터칩을 모방한 제품마저 잘 팔렸고, ‘질소과자’라는 국내 스낵에 대한 비판이 슬그머니 사라지기도 했다. 제과업계를 위협했던 수입과자 전문점들도 자취를 감췄다.

문제는 앞으론 허니버터칩과 같은 히트상품을 만나기 어렵다는 점이다. 허니버터칩 사건을 겪으며 소비자들은 ‘미투(Me Too) 상품’에 대한 피로도가 극에 달한 상태다. 너도 나도 비슷한 제품들을 무분별하게 쏟아냈기 때문이다.

올 초 잠시 식품업계를 흔들었던 바나나 열풍만 해도 채 6개월을 지속하지 못했다. 식품업체들은 소비자들의 취향이 너무 빨리 바뀌고 있다고 걱정하지만 이와 같은 상황을 만든 건 바로 식품업체 자신들이다. 어떤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만 하면 곧바로 미투 제품을 만들어내며 경쟁력을 스스로 갉아먹었다.

한편에서는 미투 제품이 전략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비슷한 제품을 만들어 경쟁사의 히트상품에 대한 관심을 희석시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미투 제품이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힌다는 변명도 한다.

그러나 전략적으로 미투 제품을 만들어냈다고 하기에 국내 식품업계의 연구개발(R&D) 비용은 따로 언급하기가 머쓱할 정도다. R&D 비용이 매출의 1%도 되지 않는 기업이 수두룩하다.

이는 곧 제품에 대한 연구개발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얘기와 같다. 미투 상품만 만들어내면 되니 R&D 투자가 필요없는 것이다.

바나나 이후 어떤 제품이 유행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그 유행이 이번에는 6개월보다 더 짧아질 것이라는 점은 안다. 업체들이 R&D 투자를 늘리지 않고 미투 상품에만 의존하는 행동을 반복한다면 말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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