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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박눈이 펑펑 내리던 지난 13일. 반전 매력의 은행원 4인방을 서울 중구 명동 우리은행 본사에서 만났다. 이들은 최근 은행권의 핵심 전략으로 떠오른 핀테크 사업의 최전선에 선 전사들이다. ‘언제부터 은행원을 꿈꿨느냐’는 첫 질문부터 예상 밖의 재기 발랄한 대답들이 쏟아졌다.
김 대리는 2014년 부원 5명에서 현재 35명으로 성장한 핀테크 사업부의 원년 멤버다. 2012년 MBA 특채로 입사한 그는 자신을 ‘자동차와 음악밖에 모르는 철부지’였다고 소개했다. 중·고등학교 시절 밴드에서 드럼을 맡아 언더그라운드 공연을 다니며 음악인의 길을 꿈꿨고 미국 일리노이대 유학 시절에는 자동차에 빠져 자동차 정비사를 꿈꾸기도 했다. 김 대리는 “연봉협상으로 사람을 데려오려는 다른 금융권과 달리 우리은행은 어떤 마음으로 지원했는지를 중요하게 보더라”라며 입행을 결정한 계기를 설명했다. 그는 “우리은행 핀테크사업부는 수평적 조직 질서 아래 젊고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활발히 오가고 있다”며 “2015년 삼성페이와 독점으로 제휴해 국내는 물론 해외 최초로 모바일에 통장 기능을 탑재한 서비스를 출시했을 때 뿌듯함이 컸다”고 말했다.
중국 길림성 출신의 리 대리는 중국 북경사범대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며 미국 박사 유학을 계획했던 공대생이었다. 중국 교포 3세인 리씨는 2006년 한국 재외동포재단의 고국방문 행사로 한국을 처음 찾았다가 진로를 급변경했다. 그는 “한 박람회에서 기업 경영자들이 짧은 시간에 기술 상품의 가치를 높여 계약을 맺는 모습을 직접 봤다”며 “개발자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이러한 노고의 가치를 결정해주는 것은 결국 경영의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리 대리는 전공을 바꿔 서울대에서 국제경영석사를 마친 뒤 2010년 입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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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차 은행원 한 대리에게는 ‘중국 아이돌’ 출신이라는 화려한 과거가 있다. 중국 충칭대 경영경제학과에 재학 중이던 2007년 중국판 ‘슈퍼스타 K’인 상해미디어그룹(SMG)의 ‘찌야오! 하오난얼’ 프로그램에 출연해 충칭 지역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유일한 외국인 참가자로 6개월여간 방송과 광고, 공연, 행사 등을 숨 가쁘게 소화하며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그는 “경험을 쌓아보자고 나간 일이 점점 커졌다”며 “새벽 6시부터 밤 12시까지 매일매일 이어지는 생방송을 감당하기 힘들어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은행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우연이었다. 그는 “육사에서 경리장교를 지낸 3년 동안 국방 예산을 담당하며 은행을 출입했다”며 “이를 계기로 적성을 확인해 은행 쪽으로 진로를 굳혔다”고 설명했다. 한 대리는 “내가 직접 낸 아이디어로 사업을 현실화시켜보고 싶다”며 “외국인이 한국에 왔을 때 편하게 지급·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2014년 공채로 입사한 이 계장은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개그맨 시험에 지원한 것도 사람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개그맨이라는 직업이 멋져보였다고 했다. 성대 경영학과 출신인 그는 실제 방송국 개그맨 공채에 2년 연속 지원하기도 했다. 대학 시절엔 의류학과 친구들과 합심해 온라인 쇼핑몰을 열기도 했던 그는 “은행원도 사람들에게 도움을 많이 주는 일”이라며 “금전적으로나 자산 측면에서 고객들이 즐거움을 느낄때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들은 국제화 감각과 독특한 이력을 바탕으로 발 빠른 정보력과 남다른 창의성이 필요한 핀테크 사업의 인재로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다. 고영수 우리은행 핀테크사업부장은 “몸으로 부딪히며 국제적 시야와 현장 감각을 익혀온 인재들이기 때문에 실제 사업 추진 과정에서 아이디어와 속도가 남다르다”며 “풍부한 네트워킹으로 현장감이 살아있는 정보에 폭넓게 접근하면서 빠르게 변화하는 핀테크사업의 큰 자산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