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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방문한 서울 강남구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에는 페트뤼스를 비롯해 와인 애호가들이 열광하는 ‘5대 샤토(라투르·라피트 로칠드·무통 로칠드·오브리옹·마고)’, ‘돔 페리뇽 P3 올드 빈티지(1971년)’ 등이 다수 보관돼 있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보르도 와인의 경우 약 30~40년까지 숙성이 가능한 만큼 5대 샤토는 수집을 통해 특별한 날 마시기 위해 구매하는 고객이 많다”며 “연말 임원 인사를 앞두고 기업체에서 선물용으로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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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샤토 가운데 ‘샤토 라투르’는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가장 좋아하던 와인으로 유명하다. 그는 생전에 가장 즐겨 마신 와인 샤토 라투르 1982년 빈티지를 지난 2007년 1월 신라호텔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의서 회장단에게 직접 대접하기도 했다.
국내 상위 0.1% 대기업 오너 중 ‘애주가’가 여럿 있다. 대표적으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술에 가장 진심인 인물 중 하나다. 정 부회장은 지난 2008년 자회사 신세계L&B를 설립해 주류 사업에 본격 뛰어든 이후 지난 2월 신세계프라퍼티를 앞세워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미국 나파밸리 ‘셰이퍼 빈야드’ 와이너리를 인수했다. 와인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사업으로 확장시킨 셈이다. 정 부회장이 직접 음용해 검증한 와인 중에는 5대 샤토 중 하나인 ‘무통 로칠드 1996년산’이 있다. 가격은 750㎖ 기준 130만원 안팎으로 정 부회장이 마신 6ℓ짜리 제품 시가는 1000만원을 훌쩍 넘어선다.
와인 외에도 정 부회장은 주종을 가리지 않고 술을 즐기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가 특히 좋아하는 위스키는 세계 3대 싱글몰트 스카치 위스키 ‘글렌피딕’으로, 여동생인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 등과 함께 가족 모임에서 즐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실제 정 부회장이 종종 찾는 경기도 분당 판교 한 바에는 직접 사인한 글렌피딕 30년산이 보관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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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취향은 최고급 프랑스 브루고뉴 와인부터 아르헨티나산 가성비 와인까지 다양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칠레 최상급 와이너리 비냐 콘차이토로가 아르헨티나에서 만든 말벡 100% 레드 와인 ‘트리벤토’는 그의 젊은 시절 추억이 담긴 와인으로 꼽힌다. 트리벤토는 신 회장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마케팅을 해도 좋다고 언급할 정도로 애정을 과시하면서 롯데를 대표하는 시그니처 와인이자 ‘신동빈 와인’으로 불리게 됐다. 롯데마트 기준 트리벤토 리저브 말벡 가격은 1만900원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회장이) 지난 1981~1988년 영국 유학 시절 즐겨 마셨던 와인으로 롯데를 대표할 와인으로 추천하면서 가격 절감에 나섰다”며 “단독 2만5000병가량 수입하던 물량을 30만병으로 늘려, 기존 판매가 대비 가격을 최대 40%까지 낮출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즐겨 마시는 와인은 프랑스 남부 지방산 모 브랜드로 전해진다. 허 회장의 와인 사랑에 SPC는 그룹 내 와인사업부 타이거인터내셔날을 두고 여러 가지 와인 수입권을 보유하고 있다.
SPC 관계자는 “회사 소속 소믈리에도 많고 SPC 제과·제빵 전문 교육기관 컬리너리 아카데미에서 와인 소믈리에 과정을 개설해 운영 중이어서 직원들이 와인 공부에 적극적인 편”이라며 “(허 회장이 좋아하는) 특정 와인 이름 확인은 어렵지만 실제 남프랑스 지역 와인을 많이 수입하고 매장에서 판매하는 와인도 남프랑스 와인 비중이 높다”고 말했다.
미국 와인경매 사이트 애커 와인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와인 생산자 중 샤또 하야스 와인 가격 상승률은 124.96%으로 1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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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층 자본이 쏠리면서 희소성 높은 주류 가격도 날로 폭등하고 있다. 영국 컨설팅업체 나이트 프랭크가 발표한 ‘2021 부(富)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0년 사이 고가 사치품 중 가장 가격이 오른 제품군 가운데 희귀 위스키(478%)와 와인(127%)이 꼽혔다.
이에 주류 업체들도 소수의 자산가들의 수요에 대응해 초고가 주류 공수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업체들이 들여오는 술 중에는 대기업 오너 등 웬만큼 자산을 보유하지 않고서는 접하기 어려운 ‘억 소리’ 나는 술도 많다. 어떤 술을 들여오느냐는 각 업체들의 자부심이자 경쟁력이다.
종합주류기업 아영FBC는 지난 10월 회사가 국내 독점 총판하는 고든 앤 맥페일의 72년 된 싱글몰트 위스키 ‘밀튼 1949’를 단 3병 입고했다. 밀튼 1949는 위스키의 고향 스코틀랜드 스페이사이드에서 가장 오래된 증류소인 ‘밀튼’에서 지난 1949년 증류된 제품으로, 당시 180병만 한정 생산해 희소가치가 매우 높다. 가격은 한 병에 1억원대다. 아영FBC는 지난 9월 서거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생전 즉위 70년을 기념하기 위해 생산한 ‘플래티넘 쥬빌리 1952’도 극소량 입고했다. 국내 입고 수량은 5개 미만으로 가격은 4000만원대 수준으로 전해진다.
아영FBC 관계자는 “고가 위스키 수요는 이미 전 세계적 트렌드”라며 “코로나19 이후로 위스키를 비롯한 모든 소비 영역에서 프리미엄 상품의 경험 기회가 높아짐에 따라 고객 취향도 높아지며 자연스럽게 희소성 높은 위스키 수요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