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脫 중국러시]中企,동남아등 신시장개척'사활'

中법인 둔 中企 "공안국·위생국 등 수시로 찾아와 조사 후 벌금 부과" 토로
中企, GDP 7위 아세안 "매력적인 시장"…'인구 6억' 중남미도 '신세계'
전문가들 "사드보복은 中리스크 일례일 뿐" 신흥시장 진출 독려
  • 등록 2017-04-17 오전 5:00:00

    수정 2017-04-17 오전 5:00:00

[이데일리 강경래 김정유 기자] 국내 수출주도형 중소기업들이 최근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한편, 동남아와 중남미 등 신흥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으로 인한 피해가 예상보다 커지는데 따른 대응책으로 풀이된다.

◇中서 눈돌린 기업들, 1순위 신흥시장은 ‘동남아’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드 배치 결정과 관련, 중국이 경제적 보복 조치에 본격 나서면서 중국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의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중국 당국은 소방법 위반을 이유로 중국 현지 롯데마트 99개 점포 중 39곳에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또 LG화학(051910)삼성SDI(006400)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자동차 모델을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경제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중소기업들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중국 상하이에 법인을 둔 중소기업 A사 대표는 “현지법인 관계자로부터 공안국과 위생국, 노동국, 소방국 등 중국 정부 관계자들이 수시로 찾아와 전수조사한 후 문제점을 발견하고 벌금을 부과한다는 보고를 받는 등 현지 분위기가 예상한 것보다 심각하다”며 “제품 납품을 위해 샘플을 보낸 중국 업체 4곳 모두 ‘나중에 검토할 것’이라는 답을 보내오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이렇듯 중국 현지 사업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중소기업들이 중국을 벗어나 최우선 공략하려는 지역 1순위로 동남아가 꼽힌다. 동남아는 ‘아세안’(ASEAN, 동남아국가연합)을 기준으로 전 세계 인구 가운데 약 9%(약 6억5000만명)가 집중된 지역이다. 국내총생산(GDP)은 2조7000억달러에 달한다. 아세안을 단일 국가로 가정할 경우 GDP 순위는 미국과 중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등에 이어 7위에 해당한다.

동남아에서 여전히 ‘한류’(韓流) 열풍이 이어진다는 점도 우리 중소기업들이 현지에 진출하는데 이점으로 작용한다. 기능성화장품업체인 고운세상코스메틱의 이주호 이사는 “중국은 화장품 분야에서 성장잠재력이 매우 큰 시장이기 때문에 결코 포기할 수 없다”며 “하지만 이번 사드 보복을 통해 ‘차이나리스크’를 경험한 만큼, 당분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등 한류로 인해 한국산 이미지가 긍정적인 동남아시장을 공략하는데 주력하면서 중국시장 재진출을 노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구 6억’ 중남미 역시 中企에 ‘신세계’

동남아뿐 아니라 중남미도 중국을 대체할 매력적인 시장으로 주목 받는다. 멕시코를 포함한 중남미 역시 인구 6억명에 달하는 거대시장을 형성한다. 패션 등 한류마케팅 사업에 주력하는 스타콜라보 김민석 대표는 “최근 멕시코 출장 중에 현지 정부 고위 관계자들과 만나 대화를 나눈 결과 멕시코 역시 무역의존도 1위인 미국이 보호무역에 나서면서 힘든 상황임을 알 수 있었다”며 “때문에 한국 등 아시아로 교역을 확대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다음 달 서울과 멕시코시티 직항이 개설되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케이팝(K-POP) 콘서트 티켓이 장당 100달러가 넘는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전량 매진되는 등 중남미는 여전히 한류 열풍이 지속되는 지역”이라며 “국내 기업들이 지금이라도 정치적인 이슈 없이 사업할 수 있는 중남미와 동남아 등 신흥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역시 국내 중소기업들이 사드 보복으로 드러난 차이나리스크를 극복하기 위해 신흥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재호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사드 보복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온 차이나리스크가 현실화된 하나의 사례일 뿐”이라며 “차이나리스크는 앞으로도 반복적으로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사드 보복 사태를 계기로 국내 기업들이 동남아와 중남미, 인도 등 신흥시장으로 수출 지역 대변화를 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양균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정책본부장은 “우리나라 수출 가운데 중국 비중이 약 25%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은 위기 극복과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중장기적으로 신흥시장 진출을 통한 판로 다변화를 모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정부는 우선적으로 중국과의 외교적 해결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하고, 특히 차기 정부는 기업들의 개별적 노력에 더해 중국 외에 판로 다변화를 촉진할 혁신적인 통상 정책 추진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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