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미영 ‘화가의 여름’(사진=노블레스컬렉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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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두툼한 물감덩어리가 잎을 내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매달았다. 시원하고 청량한 느낌은 비단 색감 때문만은 아닐 거다. 빠르고 과감한 붓터치가 보이는 거다. 휙휙 치고 나가는 듯한.
작가 김미영(35)은 추상으로 풍경을 그린다. 특별한 건 작업방식이다. 이른바 ‘웨트 온 웨트’ 기법. 물감이 채 마르기 전, 젖은 상태에서 다른 물감을 덧칠하는 식이다. 색채·구도를 빠르게 판단해야 하니 붓질이 빨라질 수밖에 없다. 젖은 물감이 더 젖은 물감과 섞이면서 화면도 빨라지고. 덕분에 붓을 잡으면 3~4시간 내 완성을 본단다. 물론 긴 구상은 필요하지만.
‘화가의 여름’(The Painter’s Summer·2019)은 연작 ‘화가의 정원’에 이은 여름시리즈쯤 될 거다. 한국화를 전공한 작가는 유학 중 캔버스와 서양물감을 처음 접했단다. 수묵화의 ‘빠른’에 서양화의 ‘마티에르’를 결합하는 매력에 빠졌다는 거다. 서양식 일필휘지라면 이런 형태가 아닐까.
22일까지 서울 강남구 선릉로162길 노블레스컬렉션서 여는 개인전 ‘여름 언덕’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오일. 72.7×60.6㎝. 작가 소장. 노블레스컬렉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