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한미銀 외자유치, 합병에 미치는 영향은?

  • 등록 2000-09-05 오전 9:19:45

    수정 2000-09-05 오전 9:19:45

한미은행이 오랜 진통끝에 외자유치를 성공시켰다. 금융감독위원회의 승인 절차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다. 한미은행이 그동안 큰 공을 들여왔다는 점에서 일단 큰 고비를 하나 넘긴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번 외자유치 발표는 이근영 금감위원장이 ‘이달내 우량은행간 지주회사 또는 합병 가시화’를 언급한 시점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 관심을 끌고 있다. 한미-하나은행의 전략적 제휴에도 변수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우량은행간 합병 1순위로 꼽히는 한미-하나은행의 합병, 또 국민이나 주택은행과의 연쇄 합병 가능성에 이번 외자유치가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금융계 관계자들의 해석이 분분하다. ◇한미은행의 외자유치 = 한미은행은 4일 오후 칼라일-JP모건과의 투자계약서 체결 사실을 발표했다. 규모는 4559억원이다. 이번 투자로 칼라일 컨소시엄은 한미은행의 지분 약 40%를 확보하게 된다. 1대 주주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한미은행은 외국계 은행으로 재탄생하게 됐다. 이 컨소시엄은 투자계약서에서 상임과 비상임 임원 5명 정도를 파견하기로 했다. 결과는 지켜봐야지만 일단은 한미은행 경영에 참여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 컨소시엄이 일정기간 주식을 내다팔지 못하는 조건을 수용했다는 점이다. 비교적 중장기적으로 한미은행 경영에 참여할 의사로 해석된다. 또 우량은행간의 합병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부의 은행 2차 구조조정 방침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나은행과의 전략적 제휴는 = 그동안 한미·하나은행의 전략적 제휴는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칼라일-JP모건의 투자 지연이 걸림돌로 작용했고, 그래서 양 은행은 국민이나 주택은행에 흡수합병되지 않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전략적 제휴를 성사시켰다는 얘기도 공공연하게 떠돌았다. 그렇다면 이번 외자유치 성사로 한미·하나은행의 전략적 제휴에 가속도가 붙을까. 이에 대한 답은 여전히 안개속이다. 하나은행측에서는 일단은 전략적 제휴가 이제 정상궤도에 오를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두 은행의 상황이 너무 많이 변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두 은행이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게 된 주요 이유가 이번 한미은행의 외자유치로 사라졌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한미은행이 지주회사나 합병의 대상으로 하나은행을 선호하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그러나 이는 최근의 정부 의지를 감안하면 다소 부족한 측면이 있다는 해석이다. 금감위원장까지 나서 우량은행간 합병을 얘기하고 있는 마당에 중형은행끼리의 합병에 만족할리 만무하다는 설명이다. 하나은행 입장에서도 상황은 비슷한 것 같다. 이전에 한미은행과의 전략적 제휴를 성사시킨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한미은행의 사이즈가 작다’는 것이었다. 물론 문화가 비슷하다는 것도 이유에 들어간다. 전략적 제휴 당시 김승유 행장이 신동혁 행장에 비해 합병에 좀 더 적극적이었다는 점을 되새기더라도 분위기는 충분히 엿볼 수 있다. 그런데 이제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하나은행의 자기자본(총계)은 6월말 현재 1조8260억원. 한미은행에 외자가 들어오면 자기자본(총계)은 1조2039억원에 이른다. 따라서 이제 합병을 하면 대등합병에 가까워진다. 대등합병의 부작용은 이미 시장에서 충분히 검증된 바 있다는 게 양 은행장의 평소 지론이기도 하다. ◇한미·하나은행진로는 = 따라서 두 은행의 전략적 제휴 내지 합병은 다시 안개속에 빠져드는 형국이다. 오늘(5일) 신동혁 행장은 기자들과 오찬 간담회를 갖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어느 정도 방향이 설명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한미은행의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는 것만은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결국 당분간 두 은행은 전략적 제휴 관계를 유지하면서 은행 2차 구조조정의 진행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울 가능성이 높다. 이근영 금감위원장의 발언에 어느 정도 신뢰성을 부여한다면 이미 독자적인 행보를 진행시키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다만, ‘지주회사’ 방식이라면 두 은행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더욱 넓어진다. 국민이나 주택은행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되 한미-하나은행의 공조속에 이뤄지는 것이다. 비교적 직원들의 반발도 무마할 수 있고, 정부의 의중에도 부합하는 조합이다. 일단 한미은행은 이번 외자유치 성공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2차 구조조정을 위한 ‘게임’에서도 훨씬 편안 상태에서 전략을 모색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하나은행보다는 한미은행이 앞으로 ‘합병 게임’을 주도할 수 있는 단초를 만들었다는 해석도 그래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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