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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국내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EU제도와 다르게 운영되고 있어 EU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적용을 제외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허창수 회장 명의로 EU 탄소국경조정제도 적용 면제국에 한국이 포함돼야 한다는 건의 서한을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프란스 티머만스 EU 그린딜 담당 수석부집행위원장에 전달했다고 27일 밝혔다.
CBAM은 EU 내 생산제품보다 탄소배출이 많은 수입품에 대해 탄소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다. EU 내 제조업체들이 탄소비용 부담에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등 역차별을 막기 위해 마련한 조치다. 다른 나라 기업엔 일종의 ‘무역장벽’이 된 셈이다.
전경련은 건의서한을 통해 EU의 CBAM 도입이 탈 탄소화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원산지를 근거로 수입품과 역내생산품 간 차별적인 조치를 하는 것은 자유무역 규범에 어긋날 수 있다는 우려를 담았다. 이에 탄소저감을 명분으로 하는 CBAM이 자국 산업보호를 위한 새로운 무역장벽이 되서는 안되고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의 원칙을 해치지 않도록 설계·운영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경련은 특히 한국이 EU와 유사한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이 CBAM 적용을 제외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에서 운영 중인 탄소 배출권거래제 등 탄소저감제도가 있어 자칫 ‘이중과세’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정부도 ‘수입품 원산지에서 탄소가격을 이미 냈다면 그에 상응하는 CBAM 인증서 수량감면을 요청할 수 있다’는 조항을 활용해 EU를 설득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그간 배출권거래제와 RE100, RPS 등의 선제적 도입·운영을 통해 탄소중립에 대비해왔고 앞으로도 관계부처와 공동으로 탄소국경조정제도와 연관된 국내 제도를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연호 한국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국내에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있긴 하지만 정부로부터 많은 혜택(무상할당)을 받고 있어 EU 수준의 배출권거래제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면서 “실질적으로 탄소 감축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주현 전경련 국제협력팀 과장은 “국가단위에서 배출권거래제 시행 등 탄소저감 노력을 하고 있는 나라는 사실상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는 사실을 EU가 잘 알고 있다”면서 “향후 협약에 따라 EU가 달리 판단할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외교전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