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패권경쟁 장기화 땐…"韓 반도체 해외전략 '차질' 불가피"

SK하이닉스 中 우시 공장 첨단화 사실상 '스톱'
中 EUV 장비 도입 불가…한쪽은 구형장비로만 가동
D램 시장서 EUV 투자 심화…SK D램 경쟁력 'EUV'
美 기업기밀 요구받은 삼성전자도 美中 예의주시
  • 등록 2021-10-15 오전 7:28:47

    수정 2021-10-15 오전 7:28:47

[이데일리 배진솔 이준기 기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압력으로 네덜란드 ASML이 독점 생산하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의 대(對)중국 수출 보류가 장기화하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SK하이닉스는 D램 생산에서 이제 막 EUV 노광장비 활용을 본격화하려고 하는데, 중국 공장 첨단화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노선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 됐다.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 견제 파편이 중장기적으로 우리 기업에도 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SK하이닉스 중국 우시(C2) 공장 전경.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우시 공장 첨단화 사실상 ‘스톱’

14일 업계에 따르면 네덜란드 정부가 EUV 노광장비를 중국으로 수출하는 면허를 지속 보류하면서 SK하이닉스 중국 장쑤성 우시(無錫) 공장 첨단화도 사실상 멈춰 섰다. 바이든 행정부 압박으로 네덜란드 정부는 2019년 6월 만료한 ASML의 EUV 노광장비 대중 수출 허가를 2년 넘게 갱신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반도체 업계에선 SK하이닉스가 중국 우시에서 D램 메모리반도체를, 삼성전자가 시안(西安)에서 낸드플래시 메모리반도체를 각각 생산하고 있다. 그 중 최근 D램 생산에서 EUV 노광장비 도입을 본격화한 SK하이닉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들어 D램 공정에서도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 공정에서 주로 활용하던 EUV 노광장비를 도입하는 추세다. EUV는 기존 불화아르곤(ArF)보다 빛의 파장이 14분의 1 수준으로 짧아 패턴을 그릴 때 미세한 작업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EUV 노광장비가 없으면 초미세 회로선폭 공정 적용이 불가능하고 원가 절감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차세대 반도체 생산의 핵심 장비로 꼽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전 세계 반도체 기업들이 EUV 노광장비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이다. 이들은 EUV 노광장비를 활용해 7나노미터(nm·10억분의 1m) 이하 미세회로 선폭을 적용, 차세대 고성능·저전력 D램 생산성을 높일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중국 반도체 공급망을 겨냥한 미국 압박이 지속한다면 SK하이닉스 우시 공장은 구형 장비로만 가동되는 상황에 놓일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한국과 중국에서만 D램 생산라인을 운영하고 있는데, 한쪽 생산라인은 아예 첨단화에 발을 들이지도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시 공장(C2)은 SK하이닉스 12인치(300㎜) 반도체 생산라인으로 SK하이닉스 D램 생산량 중 30~40%를 담당하고 있다. 이후 C2와 비슷한 규모의 확장 팹(C2F)에서도 아직까지 10나노대 후반부터 20나노대 중·후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D램 경쟁력 ‘EUV’ 손에…마이크론 ‘맹추격’

업계에선 SK하이닉스의 향후 D램 경쟁력은 EUV의 빠른 적용에 달렸다고 보고 있다. D램 시장 점유율 2위인 SK하이닉스와 3위인 미국 마이크론이 앞다퉈 EUV 투자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2분기 SK하이닉스의 D램 시장점유율은 27.9%로 삼성전자(43.6%)에 이어 2위다. 마이크론은 22.6%로 바짝 쫓아오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월 총 4조 7500억원을 투자해 ASML로부터 5년간 EUV 노광장비를 구매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EUV 노광장비 가격이 대당 2000억~300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20대가량을 사들일 수 있는 액수다. 또 EUV전담팀을 구성해 신공정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노력해왔다. 현재까지 총 3대의 EUV 노광장비를 도입했으며 선제적으로 올해 초 준공한 경기 이천 M16공장에서 올 하반기부터 4세대 10나노대 D램 양산에 EUV 노광장비를 활용할 예정이다.

다만, 삼성전자는 당장 직접적인 문제에 직면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반도체를 전략 무기 삼아 전 세계 반도체 기업들의 자국 투자 압박에 이어 기밀인 기업 정보 공개까지 요구하는 등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겉으로는 공급망 순기능을 언급하지만 대미 협력을 무시할 때 어떤 불이익이 따를지 알 수 없어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또 삼성전자의 대형 고객사인 중국에 대한 미국의 추가 압박 여부에 대해서도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안진호 한양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중국에 첨단 기술시설을 마련하면 싼 인건비와 땅값 등으로 가격 경쟁력을 가져갈 수 있는데 이것을 포기하면 같은 반도체를 팔아도 상대적으로 이윤을 덜 챙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싸게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 기반 확보로 중국을 활용해왔지만, 이제 땅값도 비싸고 인건비도 비싼 한국에서 해야 하는, 장기적으로 진퇴양난에 빠져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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