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 View]'경제 비관론' 말이 씨가 될라

'불확실성 극복을 위한 금융투자'저자
  • 등록 2022-10-25 오전 6:15:00

    수정 2022-10-25 오전 6:15:00

[신세철 경제칼럼니스트] ‘말이 씨가 된다’는 우리속담은 헛되이 장담하지도 말고 쓸데없이 낙담하지도 말라는 교훈이다. 긍정적 생각을 가지고 듣기 좋은 말을 해야 정신이 건강해지니까 부정적 생각, 남이 듣기 싫은 말을 하지 말라는 뜻도 있다. 옛날 하늘만 바라보고 살던 시대에 근거 없이 호언장담하다가는 실패가 뒤따르고, 실의에 빠져 비관하다보면 일이 더욱 꼬인다며 경계했다. 토머스(W. Thomas)는 사람들의 의지와 믿음이 현실화된다는 자기실현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을 주장했다. 좋던 나쁘든 어떤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 믿게 되면 실제상황으로 변할 수 있다는 얘기다.

2007년 8월부터 불거지기 시작한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화로 리먼브라더스의 지불불능사태가 벌어졌다. 갑작스런(?) 금융부실 위기감이 미국사회에 퍼지며 자기실현위기(self-fulfilling crisis)감이 미국을 넘어 세계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됐다. 반대로 1996년부터 외환위기 그림자가 어른거리는데 고위관료들은 “한국경제 펀더멘탈이 좋다”는 말만 되뇌었다. 실제로는 경상적자 누적과 기업부채가 급격히 불어나며 한국경제의 펀더멘털은 무너지고 있었다. 2000년 코스닥시장 붕괴사태도 낙관적 시각인지 아니면 투자자를 우롱한 연출인지 모르지만 코스닥시장이 저평가됐다는 관료의 허언이 반복되며 거품이 팽창되다가 폭발했다.

2022년 현재, 한국경제는 단기업적 위주 정책이 장기간 이어지며 잠재성장률이 2% 아래로 추락한데다, 세계경제가 신중상주의로 회귀하는 경제패권주의 발호, 세계적 공급망 교란에 따른 물가불안 같은 불확실성이 뒤엉켜 있다. 삼각파도에 휩쓸려 방향감각을 찾기도 어렵고 풍랑을 헤쳐 나가기가 쉽지 않은 국면이다. 원화가치 하락을 신호탄으로 채권, 주식, 부동산 같은 자산 가격폭락에 대한 마땅한 대책을 세우기 어려워 스태그플레이션을 넘어 위기의 그림자를 거둬내기 어렵다. 1997년 외환위기는 기업부채가 주원인으로 그나마 튼튼했던 가계의 희생을 바탕으로 그럭저럭 극복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가계부채 뇌관이 터질 위험도 자라나고 있다.

‘1타 강사’ 명성을 가진 국토부장관은 PIR(price income ratio) 지수가 (국민은행 산정 2021년) 19인데, 10에서 12정도가 정상이므로 부동산가격이 약 40% 정도 하락할 수 있다는 암묵적 메시지를 보냈다. 뒤이어 경제부총리와 한은총재까지 부동산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하자 시장심리는 한층 얼어붙고 있다. PIR지수는 몇 년 동안 연소득을 축적해야 집을 마련할 수 있는지를 측정하는 지표지만 어떤 기준을 적용하느냐와 경제구조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PIR이 계속 낮은 수준이라면 자본 축적이 진행되지 않아 삶의 수준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를 함축한다. 부동산가격의 높고 낮음을 PIR만으로 보고 가늠한다면 단순한 생각이다.

대내외 경제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부동산시장이 경착륙한다면 경제 전반이 뒤엉켜 위기로 진행될 가능성이 커진다. 부동산시장은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요인이 복합 작용해 변화하기 때문에 가격불안은 사회불안을 야기한다. 일반 물가보다 자산가격은 심리에 따라 거래 없이도 등락폭이 커지기 때문에 오를 때나 내릴 때나 시장심리를 안정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내외 위험과 불확실성은 묘수보다는 시장에서 가격기능에 따라 극복해야 배보다 배꼽이 큰 후유증을 막을 수 있다. 유력인사들의 부동산시장에 대한 비관 누적이 한국경제 경착륙 원인이 될까 두렵다.

정신과 의사들은 불면증으로 고통 받는 환자에게 “잠 못 자면 큰일 난다”라고 겁주지 않고 “며칠 밤 못 잔다고 해서 죽지 않는다.”라며 다독이며 수면을 유도한다. 부동산시장 (하향)안정을 위해선 급하더라도 시장이 자연스럽게 해결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부동산거래를 제약하는 관련 법규부터 정비해야 한다.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부동산거래를 얽어매놓고 비관심리를 증폭시키다가는 빈대는 못 잡고 초가삼간만 태울 위험이 커진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우리 엄마 맞아?
  • 토마토에 파묻혀
  • 개더워..고마워요, 주인님!
  • 공중부양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