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후섭 기자] 금융감독원이 삼성증권 배당 사고와 관련해 9일 오전 10시 긴급 브리핑을 개최했다. 사건의 경위를 설명하고 대응방안을 발표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보다 앞서 금감원은 구성훈 삼성증권 대표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금감원은 구 대표에게 “전날 발표한 사과문에 대해 경영진이나 삼성증권 자체의 사과가 없었다”며 ‘매우 유감’을 표명하고 왔다.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사실을 힘주어 강조했다.
이번 사고의 주체는 물론 삼성증권이다. 담당직원의 전산입력 실수로 유례없는 ‘유령주식’이 발생했고 이를 방지하는 내부통제가 미비했다. 잘못 배달된 주식을 대량으로 풀어 주식시장을 뒤흔든 것도 삼성증권 직원이다. 그러나 대응방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삼성증권의 사과문을 걸고 넘어지며 ‘적극적 책임 자세’를 언급한 것은 스스로 비난을 좌초한 격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자본시장을 관리·감독해야 할 금감원의 행보를 되돌아 보자. 사건 발생 당일인 지난 6일 금감원이 한 일은 삼성증권으로부터 간단한 브리핑 듣기, 이후 삼성증권에 모든 책임을 묻는 듯한 보도자료 달랑 한 개 낸 게 전부다. 뒤늦은 8일 개최한 현안점검 회의는 주최가 금융위원회였다.
이러한 지적이 나오자 9일 긴급브리핑을 열고 삼성증권에 특별점검을 실시하고 모든 증권사의 계좌관리 시스템을 일제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전날 회의에서 나온 결과와 별반 다르지 않다. 추가된 것이라곤 삼성증권의 책임을 더 세게 묻는 정도였다. 금감원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왜 삼성증권의 경영진에 사고수습을 맡겼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자체적인 수습을 중시하고 수습과정을 모니터링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돌아왔다.
증권사의 내부통제를 검사하는 것은 엄연한 금감원의 몫이다. 그럼에도 금감원은 증권사에 대한 종합검사를 2013년 이후 단 한번도 실시하지 않았다.삼성증권 배당착오 관련 기사에 달린 `금감원은 왜 사과가 없나요`란 댓글을 금감원은 유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