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th SRE][Editor's Note]거나하게 취해도 끝나지 않는 파티

  • 등록 2019-05-16 오전 5:06:00

    수정 2019-05-16 오전 5:06:00

[이데일리 증권시장부장 권소현] 끝난 듯, 끝날 것 같던, 끝나지 않은 유동성 파티. 작년까지만 해도 전 세계가 너무 오랫동안 유동성 파티에 취해 있었고, 취기가 오를 대로 올랐다는 경고가 쏟아졌었다. 주요 국가들이 하나둘씩 통화 긴축에 나서면서 파티의 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위기감이 높았다.

그렇게 끝날 것만 같았던 파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파티를 화려하게 수놓았던 네온사인이 하나둘씩 꺼지는가 싶더니 다시 켜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금리인상을 중단했고, 조만간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유럽도, 일본도 유동성을 거둬들이기는커녕 다시 풀고 있다. 한국은행 역시 최근 각종 부진한 경제지표로 기준금리를 더 낮춰야 한다는 압박을 전방위로 받고 있다.

이렇게 시중에 풀린 돈은 자산시장으로 흘러들어 가고 있다. 미국 S&P500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최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아무리 성장성을 봐야하는 유니콘 기업이라지만 당장 적자인 차량공유업체 우버의 몸값이 1200억달러(140조4000억원)로 평가받는 상황이다. 일본에서는 50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투기등급인 BB-급 회사채를 공모로 발행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도 사모펀드, 헤지펀드, 부동산 등 수익이 조금이라도 날 만한 곳으로 유동성이 몰리고 있다. 투기등급 바로 위 단계인 BBB급 회사채까지도 발행하는 족족 완판되는 모습이다.

걱정되는 부분은 넘치는 돈의 힘 때문에 리스크에 무뎌지는 게 아닌가 하는 점이다. 올해 29회 SRE 설문조사에서 신용평가사들의 등급신뢰도는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또 현재 수준의 등급조정 속도가 적당하다는 답도 73%를 넘어섰다. 지난해 말 기준 등급 상향이 등급 하향을 웃돌면서 상하향 비율이 6년 만에 1배를 넘어섰는데 시장 참여자들은 이같은 상향조정 속도가 적정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1년 전 SRE에서는 상향 추세 전환이 이르다는 응답이 84%에 달했고 6개월 전에는 당시의 상향기조와 하향기조를 유지하는게 맞다는 응답이 엇비슷하게 나왔던 것에 비하면 상향속도에 상당히 후해진 셈이다.

물론 신평사의 분석능력이 높아졌고 대응이 빨라진 결과일 수도 있다. 또 한편으로는 그동안 여러 차례 크레딧 이벤트를 겪으면서 문제가 될만한 기업들은 거의 퇴출됐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파티가 길어질 수록 후유증도 깊기 마련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벌써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이 파티의 실체가 뭔지 모르겠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위기는 모두가 취해 방심한 순간에 훅 찾아온다.

15년 가까이 SRE를 진행해오는 동안 글로벌 금융위기, 저축은행 부실사태 등 크고 작은 위기를 겪었다. 그때마다 SRE는 미리 경고를 보내기도 했고 현상을 냉철하게 분석해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유동성 파티의 결말은 파티가 끝나봐야 알 수 있다. 이번 SRE 결과가 리스크에 무뎌졌기 때문이 아닌, 그동안의 정화작용에 따른 것이길 바란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29회 SRE(Survey of credit Rating by Edaily) 책자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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