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끝날 것만 같았던 파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파티를 화려하게 수놓았던 네온사인이 하나둘씩 꺼지는가 싶더니 다시 켜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금리인상을 중단했고, 조만간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유럽도, 일본도 유동성을 거둬들이기는커녕 다시 풀고 있다. 한국은행 역시 최근 각종 부진한 경제지표로 기준금리를 더 낮춰야 한다는 압박을 전방위로 받고 있다.
이렇게 시중에 풀린 돈은 자산시장으로 흘러들어 가고 있다. 미국 S&P500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최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아무리 성장성을 봐야하는 유니콘 기업이라지만 당장 적자인 차량공유업체 우버의 몸값이 1200억달러(140조4000억원)로 평가받는 상황이다. 일본에서는 50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투기등급인 BB-급 회사채를 공모로 발행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도 사모펀드, 헤지펀드, 부동산 등 수익이 조금이라도 날 만한 곳으로 유동성이 몰리고 있다. 투기등급 바로 위 단계인 BBB급 회사채까지도 발행하는 족족 완판되는 모습이다.
물론 신평사의 분석능력이 높아졌고 대응이 빨라진 결과일 수도 있다. 또 한편으로는 그동안 여러 차례 크레딧 이벤트를 겪으면서 문제가 될만한 기업들은 거의 퇴출됐기 때문일 수도 있다.
15년 가까이 SRE를 진행해오는 동안 글로벌 금융위기, 저축은행 부실사태 등 크고 작은 위기를 겪었다. 그때마다 SRE는 미리 경고를 보내기도 했고 현상을 냉철하게 분석해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유동성 파티의 결말은 파티가 끝나봐야 알 수 있다. 이번 SRE 결과가 리스크에 무뎌졌기 때문이 아닌, 그동안의 정화작용에 따른 것이길 바란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29회 SRE(Survey of credit Rating by Edaily) 책자에 게재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