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희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중국 청년들이 극단적 중국 중심 사고에 빠진 이유에 대해 이렇게 진단했다. 최근 중국 네티즌들의 막무가내식 중화주의가 심상치 않다. 온라인을 통해 우리나라의 한복·김치를 중국 것이라고 우기는 것부터 시작해 조금이라도 중국에 불리한 주장이라고 판단하면 우르르 몰려 강도 높은 공격을 가한다. 지난해 가수 이효리는 방송에서 자신의 예명으로 ‘마오’를 언급했다가 중국 네티즌들의 집중 공격을 받았고, 방탄소년단(BTS)도 밴 플리트 상을 받으면서 6·25 전쟁을 두고 “(한미) 양국이 함께 겪은 고난의 역사”라고 했다가 비난을 받았다.
20년 가까이 중국에서 활동하며 인류학을 연구해온 김 연구위원은 이런 현상들을 단순히 일부 중국 네티즌들의 망동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으며 중국 정부의 은근한 지원이 배경에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 같은 내용을 최근 출간한 ‘중국 애국주의 홍위병, 분노청년’(푸른역사)에 담았다. 1990년대부터 거슬러 올라가 맹목적 중화주의가 탄생하게 된 배경을 설명한 책이다.
최근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만난 김 연구위원은 얼굴에 조심스러움이 역력했다. 중국의 부정적 민낯을 분석한 책을 집필해 혹시나 중국 네티즌들의 공격 대상이 되지 않을까 우려해서다. 얼굴이 밝혀지는 것도 꺼려 한사코 사진 촬영도 거부한 그는 “걱정스럽긴 했지만 중국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성을 느껴 책을 쓰게 됐다”고 밝혔다.
물론 중국이 외국에 대한 극단적 배타성을 드러내며 “중국 최고”를 맹신한 게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김 연구위원은 분노청년들이 등장하며 2000년대 이후 중국 특유의 애국주의 현상은 좀 더 공격적으로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고학력자를 위주로 조직한 애국주의 집단인 소분홍은 국가가 조직한 집단인 만큼 중국의 이익을 지키는 방어적 성격이 강했다”며 “반면 20~30대 분노청년은 인터넷에서 자발적으로 무차별적 공격을 가하고 있고 과격한 용어는 물론 온라인 방화벽을 뚫는 등 극단적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한국인들은 중국의 막무가내 공격과 중화민족주의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김 연구위원은 2005년 강릉단오제를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하던 당시를 떠올리며 “중국에 맞대응하지 않고 차분하게 우리 할 일을 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강릉단오제를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하던 당시 중국에서는 한국이 단오를 뺏어간다며 크게 반발했다. 반면 한국은 흥분하지 않고 차분히 세계유산등재를 추진했다. 그는 “강릉단오제뿐만 아니라 최근 BTS, ‘기생충’ 등 우리 문화는 세계인들을 매료시켰다”며 “우리 스스로 그 힘을 믿고 담담히 가면 어떨까 생각한다”고 말했다.